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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은 vs 정금공…선박금융 주도권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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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7-16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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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장기영 기자= 정책금융체계 개편에 대한 논의가 한창인 가운데 한국수출입은행과 한국정책금융공사가 선박금융의 주도권을 놓고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은은 지난 15일 한국무역보험공사, 정금공과 공동으로 삼성중공업에 액화천연가스(LNG)선 6척,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저장 및 재기화 설비(FSRU) 2척 등 선박 8척을 발주한 영국 LNG선사 골라사에 9억5000만달러 규모의 선박금융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수은은 이 과정에서 정책금융기관별 지원액이 수은·무보 각 4억5000만달러, 정금공 5000만달러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금공은 공사의 지원액은 무보의 보증을 받은 대출액 2억5000만달러가 제외된 것으로, 실제 총 지원액은 3억달러라고 반박했다.

수은과 같은 날 지원액만 다른 자료를 배포한 정금공은 직접대출을 강조한 수은의 숨은 의도를 비판했다.

정금공 관계자는 “수은이 선박금융 분야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 숫자를 왜곡했다”며 “직접대출 금액만 떼어내 정금공의 지원액이 5000만달러라고 발표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수은의 논리를 적용할 경우 전체 지원액 9억5000만달러 중 무보의 보증액을 제외한 직접대출액은 수은 4억5000만달러, 정금공 5000만달러 등 5억달러다.

반면 정금공의 주장대로 보증대출을 포함한 실제 유동성 공급 규모는 수은 4억5000만달러, 정금공 3억달러 등 7억5000만달러다.

수은은 정금공의 지원액을 5000만달러로 명시한 것은 무보와 정금공의 계산법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정금공의 주장을 일축했다.

수은 관계자는 “수은과 달리 정금공은 보험커버부 대출 2억5000만달러가 있다”며 “원래 3개 기관 지원액 액면을 합치면 12억달러지만, 무보와 정금공의 중복 계산에 따른 2억5000만달러를 빼면 실제 지원액은 9억5000만달러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보와 정금공의 계산법 차이에 수은을 끌어들이는 것은 옳지 않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이 같이 맞서면서 조선산업 지원을 위한 정책금융기관간 협업의 의미는 퇴색됐다.

수은은 앞서 “선박금융시장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오던 유럽계 은행들이 대출을 축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를 위해 국내 정책금융기관간 협업을 이뤄냈다”고 강조했다.

정금공 역시 “이번 지원은 올 초 나이지리아 LNG사의 LNG운반선 6척 공동 금융에 이어 무보, 수은 등 정책금융기관의 협업으로 해외 발주사가 성공적으로 선박건조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 2번째 성공 사례라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금융위원회의 ‘정책금융 역할 재정립 태스크포스’를 중심으로 정책금융체계 개편 관련 논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고조된 이들 기관간의 갈등은 오히려 정책금융기관간의 협업을 저해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무역과 수출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금융기관들의 공조체계는 지속돼야 한다”면서도 “이번 갈등으로 두 기관은 밥그릇 싸움에 선박금융을 이용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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