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집으로 갈아타기를 준비해온 박경호(38)씨는 최근 계획을 포기했다. 살고 있는 아파트를 싸게 내놓아도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기존 주택시장 거래절벽 현상이 신규 분양시장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취득세 추가감면 종료 이후 분양시장도 재고시장과 마찬가지로 멈춰섰다. 정부가 4·1 대책을 통해 신규(미분양 포함) 아파트도 5년간 양도소득세 면제혜택을 주기로 했지만 별 효력이 없다.
특히 최근 나오는 신규 분양 아파트들은 분양가가 낮아지고 계약조건도 좋은 편이지만 찾는 수요는 거의 없다. 서울 등 수도권의 경우 위례나 판교신도시를 제외하곤 대부분 미분양 신세다.
닥터아파트 조사에 따르면 상반기 신규 아파트 분양가는 지난해 상반기 보다 3.3㎡당 50만원이나 내렸다. 하반기에도 분양가 인하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남가좌동 가재울뉴타운4구역 'DMC 가재울뉴타운4구역'은 3.3㎡당 1500만원대에 나왔다. 4년 전 분양된 가재울3구역 'DMC 래미안·e편한세상'보다 평균 100만원 저렴했다. 지난 5월 공급된 서울 용두4구역 '용두 롯데캐슬 리치'도 분양가가 저렴해 많은 관심을 샀다. 평균 분양가 심의에서 3.3㎡당 1580만원이 나왔지만 정작 건설사가 내놓은 분양가는 50만원이나 내린 1530만원이었다.
일산신도시에서 15년 만에 분양된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 '일산 요진 와이시티(Y CITY)'도 분양가 심의에서 상한선 1780만원에 통과했다. 하지만 실제 분양가는 390만원 낮은 평균 1390만원에 공급됐다.
오는 9월 공급 예정인 서울 왕십리1구역 '왕십리뉴타운1구역 텐즈힐'의 경우 시공사와 조합간 합의를 통해 당초 3.3㎡당 평균 1925만원에서 1700만원대로 분양가를 낮추기로 했다.
시공에 참여한 건설사 한 관계자는 "분양가를 낮추면 조합원들의 추가 분담금도 늘어나 반대하는 의견이 많았다"며 "하지만 미분양이 되면 손해가 더 커지는 만큼 결국 인하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일단 재고주택 거래량이 늘어나야 신규 분양시장도 활기를 찾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분양대행사 이삭디벨로퍼 김태석 대표는 "재고주택의 거래절벽 현상이 심화되면서 분양시장도 전반적으로 살아나지 않고 있다"며 "정부가 부동산 세재개편을 서둘러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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