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에 대한 '면죄부' 논란이 일고 있다. 이마트의 노조원 불법 사찰 의혹과 관련해 정 부회장이 무혐의 처분을 받으며 기소를 피했기 때문이다.
◆ "정용진 부회장 부당노동행위 증거 못 찾아"
22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의 노조원 불법사찰 및 노조설립 방해 의혹과 관련해 정용진 부회장은 이날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이 발표한 기소 의견 명단에서 제외됐다. 이마트가 저지른 불법노동행위 자체는 드러났지만 정 부회장의 지시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이유에서다.
서울고용청 측은 "이마트가 노조설립을 전후해 단계별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등 조직적인 부당노동 행위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면서 "하지만 정 부회장은 노조 동향에 대해 보고 받았지만 부당행위에 대해서는 인지한 바 없다고 진술했으며 통신기록·전산자료 압수수색을 통해서도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서울고용청은 지난해 12월 이마트 측이 1인 시위를 방해했다는 내용의 고소장을 접수받고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갔다. 올해 1월29일에는 시민단체로 구성된 '이마트 정상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업무방해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이마트를 검찰과 노동청에 고소·고발했다.
이에 따라 서울고용청은 지난 1월17일부터 2월28일까지 40여일 동안 이마트 본사 등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고 6차례 걸쳐 압수 수색을 진행했다. 지난 6월14일에는 정용진 부회장을 직접 불러 4시간 동안 노조설립 방해 활동 인지 및 지시 여부를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노동청은 대검찰청 DFC(디지털포렌식센터)와 공조해 증거 확보에 나섰지만 결국 정 부회장이 노조활동 방해에 참여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
◆ "몸통 피해간 생색내기 수사… 재벌에 면죄부"
상황이 이렇자 생색내기 수사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결국 정용진 부회장을 제외하고, 최병렬 전 대표 등 이마트 임직원 14명과 협력업체 관계자 3명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는 선에서 조사가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민주당 장하나 의원은 "이번 수사결과는 재벌의 부당노동 행위에 대해 면죄부를 부여한 것"이라며 "정 부회장과 허인철 대표를 추가로 기소할 것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마트 공대위가 제출한 자료만으로도 이마트의 부당노동행위를 충분히 입증할 수 있었는데 수사를 마치고도 기소 대상을 두고 한참 동안 시간만 끌다가 정치적인 판단에 따라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며 "정 부회장과 허 대표에 대한 조사도 소환 한번으로 끝내 결국 생색내기에 그쳤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노총도 성명을 통해 "정작 실권을 쥔 몸통은 빠져나가고 시킨대로 했을 것이 분명한 실무자들에게 책임을 떠 넘긴 것"이라며 "검찰은 전면적인 재수사로 실질적인 책임자를 엄중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한국노총 역시 "부당노동행위는 노동기본권을 말살하고 헌법을 유린하는 중대한 범죄행위이기 때문에 솜방망이 처벌에 그쳐서는 안된다"며 "몸통을 피해갔다는 불신을 사지 않도록 수사에 만전을 다해 책임자를 강력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검찰 판단 남아
다만, 재계 관계자들은 정 부회장 역시 아직 안심할 단계가 아니다는데 입을 모으고 있다. 검찰의 판단이 남았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등 그룹 총수들이 잇따라 구속 수감되고 있어 정용진 부회장 역시 아직까지 안심할 수 없다"며 "앞서 국회불출석과 관련해서도 결국 법정까지 섰던 점을 볼 때 상황이 뒤바뀔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검찰은 이와 별도로 이마트와 신세계 등이 베이커리 계열사인 신세계SVN에 판매 수수료를 과소 책정하는 방식으로 부당 지원했는지 여부도 조사하고 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마트 등이 신세계SVN에 62억원을 부당 지원했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40억61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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