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정수 기자= 자산운용사들이 국내 주식형펀드로 자금이 꾸준히 유입됐음에도 불구하고 펀드 운용에서 보수적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지난달부터 이달까지 2조원이 넘는 펀드 자금이 들어왔으나 운용사를 비롯한 투신권은 이달 들어 되레 팔자세다.
운용업계는 아직은 시장의 박스권 탈출 가능성에 무게를 두기 어렵다는 판단에 현금을 확보해 뒀다가 저가매수 기회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23일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펀드로 자금이 대거 들어오기 시작한 6월 7일 이후 지난 19일까지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펀드로 유입된 금액은 2조원 남짓이다. 지난달 7~28일에는 1조6557억원의 자금이 국내 주식형펀드로 순유입됐으며, 이달 들어서는 3467억원이 들어왔다.
그러나 자산운용사들은 오히려 지난 6월 주식 편입 비중을 줄였으며 7월 들어서는 소극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순자산 총액 300억원 이상인 36개 운용사의 평균 주식편입비중은 96.67%로 지난 6월 초 97.34%보다 0.67%포인트 줄었다. 지난 22일 기준으로는 96.84%로 이달 들어서는 불과 0.17% 증가했다.
지난 6월 한 달간 전체 자산운용사에 순유입된 자금은 3조9116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자산운용사를 비롯한 투신권은 이 기간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6642억원의 매수 우위를 보였으며 이달 들어서는 3100억원어치 이상을 내다 팔았다.
김경훈 삼성자산운용 펀드매니저는 “지난달 선진국 중앙은행이 일관된 모습을 보이지 않아 시장 변동성이 커진 바 있다”며 “기관투자자도 이를 반영해 관망심리가 작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과거 수년간 시장은 추세적인 모습을 보였다”며 “향후에도 시장은 실속 없이 위아래(상승과 하락)로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보여 운용사들은 종목 찾기에 돌입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운용사들은 이달 들어 절반 이상이 주식 편입 비중을 줄였으며 지난달에는 80%가량이 주식 편입 비중을 줄였다.
한국밸류자산운용은 7월 초 95.95%였던 주식편입비중이 현재 90.30%로 5.65%포인트나 줄였고, 이스트스프링과 유리자산운용도 이 기간 각각 1%포인트 이상 줄였다.
동부자산운용은 6월 한 달간 4.94%포인트가량 감소했고 이달 들어서도 1%포인트 가까이 줄어 6월 초 95.52%였던 주식편입비중이 현재 89.60%로 낮아졌다. 이외 하나UBS자산운용, NH-CA자산운용, KDB산은자산운용 등이 두 달째 주식편입 비중을 줄였다.
데이비드 전 KDB산은자산운용 공동대표는 “벤 버냉키 의장의 발언 이후 시장이 상승구도를 그리고 있지만, 문제의 근본이 해결되지 않았다”며 “이럴 때일수록 투자에서 안전장치가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운용업계에서는 시장 조정에 대한 저가매수를 염두에 두고 서서히 주식 비중을 늘리겠다는 판단이다.
배성진 현대증권 PB리서치팀 과장은 “시장이 박스권 내 저점 상향 정도의 제한적 반등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 운용사들이 저점매수 기회를 노리고 있다”며 “방향성보다는 변동성에 대한 고민이 중요한 상황”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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