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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종학 PD/사진제공=MBC |
아주경제 김은하 기자=고(故) 김종학 PD의 오랜 파트너였던 송지나 작가가 애통한 심경을 전했다.
송지나 작가는 24일 오전 자신의 공식 홈페이지에 '다녀왔습니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그는 빈소를 다녀온 뒤, 고인을 읽은 슬픔을 토로했다.
송 작가는 "빈소에 다녀왔습니다.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아침에 잠을 깨면 '아 이상한 꿈을 꾸었어'라고 말할 거 같습니다"라고 운을 뗐다.
그는 "좀 전에 제가 앉아있던 자리에는 20여 년 전 '여명의 눈동자'의 주인공이었던 박상원씨나 채시라씨가 있었습니다. 몇 년 전 '태왕사신기'의 주인공이었던 배용준씨나 이지아양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작년에 방송된 '신의'의 주인공이었던 김희선씨나 민호씨가 류덕환씨가 박세영양이 함께 있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분의 초창기 작품을 함께 했던 나이 지긋한 연기자, 스태프와 마지막이 되어버린 작품의 젊은 연기자, 스태프가 한 방 안에 다 함께 있었습니다. 정말로 꿈의 한 장면 같았습니다. 이렇게 다 모이게 해서 밥 한번 같이 먹고 싶으셨던가. 그런가요?"라고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송 작가는 "오래된 작품의 다른 연기자 분들이 옛날이야기를 하고 또 하는 가운데 힘없이 앉아있던 '신의'의 연기자 분들 때문에 마음이 아팠습니다"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고인은 사망 전 '신의' 출연료 미지급 사태로 인해 소송에 휘말리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송 작가는 "두 개의 녹화를 간신히 마치고 창백한 얼굴로 달려온 희선씨나 급히 비행기 표를 구해 한밤중에 달려온 민호군이나 어두운 그림처럼 앉아있던 덕환군이나 울음부터 터뜨리던 세영양이나 그렇게 구석에 있지 말아요"라고 위로했다.
특히 3년을 기다려 '신의'에 합류했던 김희선에 대해 "3년을 한결같이 기다려 합류했던 '신의'. 힘든 촬영장에서 감독님을 유일하게 웃게 해주었다는 은수(김희선). 이름 없는 스태프나 신인 연기자들이 자신들만으로는 힘이 부족하다고. 이름 있는 누나가 우리 힘 좀 되어주세요. 그래서 고소장에 이름을 얹어주었던 내막을 제가 압니다. 감독님을 상대로가 아닌 제작사를 상대로. 그런데 그 이유로 울고 또 울어요. 그러지 말아요"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잘못을 한 이가 있다면 그 긴 세월을 함께 했으면서도 마지막 전화 한 통화 받지 못한 사람"이라고 자책하며 "그렇게 얄팍한 세월을 지녀온 사람이지요. 얼른 자야겠습니다. 그럼 이 긴 밤이 지나고 아침이 오고 잠이 깰 수 있을 거 같아요"라고 애통해했다.
송 작가와 고 김종학 PD는 20년 넘게 함께 작품 활동을 하며 콤비로 활약해 왔다. 두 사람은 지난 1988년 '인간시장'으로 인연을 맺어 1991년 MBC '여명의 눈동자', SBS '모래시계', '대망', KBS 2TV '태왕사신기'등의 작품을 함께 하며 한국드라마의 획을 그었다. 지난해엔 고인의 유작이 된 SBS '신의'로 호흡을 맞추며 20년 넘는 우정을 증명했다.
한편 김종학 감독은 지난 23일 오전 10시18분쯤 경기도 분당의 한 고시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현장에서 타다 남은 번개탄과 함께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의 A4 4장 분량의 유서도 함께 발견된 점으로 미뤄 고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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