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과 정부의 첨예한 이해관계에 둘러싸인 채 해당 기관들을 붙였다가 다시 쪼개는 등 어수선한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정책금융과 상업금융의 역할과 금융정책 방향을 되짚어 봐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국내 정책금융의 업무중복과 비효율을 개선하기 위해 기관·기능을 재편하겠다는 의지로 지난 4월 정책금융개편 TF를 발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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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TF는 산업은행 민영화 포기에 따른 산업은행(산은)과 정책금융공사(정금공)의 분리, 선박금융공사 설립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주안점을 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하락 등을 고려해 대내 정책금융을 산은으로 통합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 과정에서 대외정책금융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무역보험공사(무보)의 중장기 보험 업무도 수출입은행으로 넘기는 쪽으로 무게가 기울었다. 대내 정책금융을 산은으로 합치고, 대외 정책금융은 수은으로 통합해 해당 기관들 간 기능중복을 덜고 업무를 효율화하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금융기관의 한 관계자는 “이번 개편은 두 가지의 난제를 떠안게된 금융위와 수은의 역할 확대를 줄곧 주장해온 기재부의 입장이 맞아 떨어진 결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실제 국내 정책금융기관은 기획재정부(수은·기보·신보), 산업통상자원부(무보), 금융위(산은·정금공), 중소기업청(중진공) 등 상부부처간 이해관계에 둘러싸여 교통정리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결국 금융위 기관과 부처간 이기주의에 애꿏은 해당 금융기관간 갈등의 골만 깊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중장기 보험이 보험료 수입의 70%를 차지하는 무보의 업무가 수은으로 이관될 시 사업구조가 악화돼 중견 중소기업 지원에 타격이 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전 세계 주요 국가의 ECA(수출보증기관) 업무가 보험·보증 중심으로 가고 있다는 측면에서, 은행 업무와 유사한 수은에 기능을 몰아주는 것도 리스크를 높이는 비효율 정책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오원석 성균관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책금융이 올바른 방향을 찾기 위해선 수요자 및 공급적 두 가지 측면에서 따져 생각해 봐야 한다”며 “대출기능이 주인 수은과 보험기능이 주인 무보의 기능을 각각 특화시키는 것이 수요와 공급적인 측면에서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오 교수는 “이미 양 기관은 지난 1992년에 자금 조달 효율 측면에서 분리된 바 있다”며 “이는 과거 상품위주의 계약이 플랜트 위주로 바뀌면서 발주자측에서 보증서를 요구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양 기관에서 업무 중복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보증서 업무는 애초 무보에서 실행해 왔다. 하지만 대형 플랜트 프로젝트 계약의 경우 발주자측에서 보증서를 요구하는 등 수요자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수은에서 시행하게 됐다.
문제는 다시 수은으로 업무 통합이 이뤄질 경우 수요자들은 보증과 보험을 하기 위해서 각각 양 기관을 방문해야 하는 불편함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양 기관이 보험과 대출이라는 명확한 색깔을 띄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히 업무중복을 이유로 공급체인을 단일화시키는 것은 수요자에게 부담만 가중시킨다는 설명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수요자 측면에서 산업 발전에 걸맞는 충분한 금융 공급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익명을 원한 플랜트 업계 고위 관계자는 “산은과 정금공 등 대내 대출을 위주로 하는 정책금융기관으로 수은의 대내대출 기능을 이전, 역할 분담을 시키고, 대내 보증은 신보, 기보 양 기관의 중복 분야 기능조정이 필요 하다”며 “동시에 산은과 정금공의 대외대출은 수은으로 이관시키고, 수은의 대외채무보증은 총량규모의 10배에 달하는 무보로 기능을 일원하는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수은의 대내대출기능을 해당 기관으로 이관시킬 경우 BIS 적용배제가 가능해 수은의 대외대출 레버리지가 극대화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실제 수은은 민간 상업은행과 유사한 대출업무를 80% 가까이 하고 있는 등 대내적 민관과 중첩되고 있어 BIS 규제를 받고 있다.
즉 민간금융이 투자은행 등으로 전문화 선진화 될 수 있도록 선도하는 방향으로 가야하며, 중복 부문의 경우 현재 각 기관의 업무 총량을 중심으로 많은 곳으로 흡수해야 한다는 뜻이다.
정부부처 고위 관계자는 “정책금융 기관 개편안은 무역 2조달러와 한국경제의 미래를 위해 정책금융이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제대로 해 줄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각 기관의 시너지 극대화를 위해 별도의 협의체를 구성, 세부적으로 업무 가이드라인을 구체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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