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국내 기업 중에서도 유독 격식을 중시하는 조직 문화가 형성돼 있다. 특히 ‘재계의 별’이라고 불리는 삼성 임원들은 한여름에도 넥타이를 매고 재킷을 입은 채 회의를 진행할 정도다.
그런 삼성에서 믿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 지난 10일 오전 수요 사장단 회의에 참석한 주요 임원들이 대부분 반소매 차림으로 출근한 것이다.
사장단 회의의 좌장인 최지성 미래전략실 실장(부회장)을 비롯해 정연주 삼성물산 부회장, 김재권·신종균·전동수·조수인 삼성전자 사장, 김기남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김창수 삼성화재 사장, 김석 삼성증권 사장, 최치훈 삼성카드 사장, 윤주화 제일모직 사장 등은 재킷까지 벗어던졌다.
삼성이 이같은 깜짝 이벤트를 벌인 이유는 두 가지다.
지난 10일 오전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삼성그룹 사장단 회의에 참석한 주요 계열사 사장들이 전사적으로 진행 중인 절전 캠페인에 사장단부터 동참하겠다는 취지로 반소매 셔츠 차림으로 출근했다. 사진 왼쪽부터 최지성 미래전략실 실장,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 김기남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최치훈 삼성카드 사장, 김철교 삼성테크윈 사장, 윤주화 제일모직 사장 |
또 다른 이유는 지나치게 격식을 따지는 문화에서 탈피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간편 복장 차림으로 업무에 임하는 것을 상시화하기로 했다.
이 사장은 “반팔 차림 출근을 권장하는 것은 8월 말까지로 한시적”이라면서도 “이후에도 회의나 보고를 할 때 재킷을 입지 않는 방향으로 권유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정부의 에너지 절감 정책에 부응하는 한편 조직에 새로운 문화를 주입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린 이벤트였다.
그러나 삼성의 에너지 절감 노력이 일회성 이벤트 차원에만 머무는 것은 아니다. 삼성은 국내 주요 기업 중 가장 구체적인 내용의 대책을 가장 신속하게 발표했다.
단기적으로는 올해 6~8월 중 실내 온도를 28℃로 상향 조정하고 조명의 70%를 소등하는 등 공공기관에 버금가는 수준의 절전 대책을 추진키로 했다.
또 7월 말에서 8월 초에 집중돼 있는 하계 휴가를 전력난이 심할 것으로 예상되는 8월 5일에서 30일까지 4주에 걸쳐 분산 실시할 계획이다.
온도 상승과 조도 저하에 따른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소형 조명 스탠드와 USB 선풍기, 쿨방석 등 보조 용품을 전 임직원에게 지급키로 하고 PC를 자동 절전시키는 소프트웨어도 보급한다.
8월 피크시간(오전 10~11시, 오후 2~5시)의 경우 제조 사업장별로 3~20%를 절전할 방침이다. 냉동기 가동 부하 감소와 생산량 조절, 조업시간 조정, 설비 유지보수 시간 조정, 제조 사업장 내 발전기 가동 등의 구체적인 실천 방안까지 마련했다.
이와 함께 삼성은 에너지 절감을 그룹의 중장기 사업 목표로 정하고 오는 2015년까지 1조5000억원을 투자해 현재 에너지 사용량의 20%를 절감키로 했다.
삼성전자의 냉동기 설비 교체, 삼성디스플레이의 유틸리티 설비 효율 개선, 삼성토탈의 가스터빈 발전기 투자 등에 1조1000억원이 투자된다. 그룹 내 LED 조명 전면 도입에 3000억원이 소요될 예정이며 태양광 발전 등에 추가로 1000억원을 투입키로 했다.
삼성 관계자는 “그룹 내 에너지 전문가들도 전담팀을 구성해 낭비 요소를 찾아내고 이를 개선하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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