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감사결과에 근거해 서울시교육청은 영훈국제중 입학전형 관련 성적조작 등 5건의 비리를 적발해 11명을 검찰에 고발하고 10명을 파면 등 징계를 요구했다. 법인 이사장은 학교회계 부당관여 등의 책임을 물어 ‘임원취임승인취소’ 조치하고 23억2700만원은 회수 또는 반납토록 처분 요구했다고 한다. 결국 영훈국제중의 일반중 전환 요구는 수용하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감사결과와 조치에 대해 비판적인 여론이 비등했고 대통령마저 “설립 목적에 벗어나 운영되는 국제중학교는 언제든지 그 지위에서 배제시킬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될 필요가 있겠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의 지적에 따라 교육부도 제도 개선에 본격 착수했다. 야당 의원들은 국제중을 폐지하는 법안을 제출해 놓고 있다. 이러한 비판이 나오는 이유는 영훈국제중이 ‘국제중’이라는 지위만이 아니라 정상적인 ‘학교’로서의 존립조차 문제가 될 정도로 그 부정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영훈국제중의 경우 현행 법령에 근거해 지정취소를 할 수 있다 하더라도 절차상 문제의 소지가 없도록 초중등교육법시행령 개정 등 신속한 조치를 통해 일반중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이번에 드러난 문제 중 가장 심각한 것은 입학전형 부정이다. 입학전형 업무 부당처리와 입학전형 관련 성적조작 등이 드러났다. 하지만 엄밀하게 본다면 입학전형 관련 개인별 채점표를 무단 폐기했기 때문에 더 큰 비리가 드러나지 않았다고도 볼 수 있다. 특히 입학전형 관련 성적조작은 핵심적인 부정이 ‘주관적 영역’, 즉 추천서 심사와 자기개발계획서 심사에서 드러났다. 사전 담합과 영어캠프 등을 통해 파악한 자료로 이미 입학 부적격자와 합격 대상자를 선정해 놓고 성적을 조작한 것이다.
일부 외국어고에서 중학생 대상의 각종 캠프를 진행하면서 입학전형 이전에 학생자료를 확보한 다음 입학 부적격자와 합격 대상자를 미리 선정해 놓는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개인별 심사표를 폐기해 버린다면, 내부 증언이 없다면, 영훈국제중 같이 명백한 부정 사례가 나타나지 않은 이상 부정은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자기주도학습 전형’에 면접은 ‘자기주도학습 영역과 인성 영역’에 대한 주관적 평가를 크게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국어고 등 특목고에서 이러한 입학부정 양상이 나타날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다.
이러한 가능성은 대학 ‘입학사정관 전형’과 ‘특기자 전형’에도 존재한다. 이미 감사원이 기부자들과 입학생들의 주민등록번호를 통해 일부 대학의 부정입학 가능성을 감사하려던 계획이 반발로 무산된 적이 있다.
필자는 이러한 이유로 ‘자기주도학습 전형’과 ‘입학사정관 전형’, ‘특기자전형’에 대한 종합적인 점검과 개선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주관적 평가가 포함되는 이들 전형이 공정성, 객관성, 신뢰성을 회복하는 것이 대입제도 개편의 핵심과제가 돼야 한다. 특히 제도의 복잡성은 곧 제도의 악용 가능성을 확대하기에 단순화·간소화해야 한다.
영훈국제중 문제를 공정하게 처리하지 못하면 이 문제는 국제중 제도 자체의 존폐, 나아가 또 다시 특목고 제도, 나아가 ‘자기주도학습 전형’과 ‘입학사정관 전형’, ‘특기자 전형’에 대한 총제적 문제제기로 확대될 수 있다.
정부는 영훈국제중 처리와 함께 이들 제도의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합리적 개선방안을 사전에 마련해 추진해야 할 것이다.
교육당국은 이 과정에서 일반 학부모와 국민의 요구와 교육적 판단, 그리고 보편적인 양식에 근거한 상식적 판단을 존중할 것을 당부한다. 지금 수많은 학부모들이 고입·대입제도로 고통받고 있다. 그 고통을 즐거움, 보람, 행복으로 바꾸어 줄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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