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진:신화사> |
아주경제 이규진 기자= 일본 고위층들이 연이어 망언을 쏟아내고 있다. 집권 자민당이 독주체제로 확립되면서 관료들은 극우세력을 사로잡기 위해서인지 그동안 못다한 망언을 뱉어내고 있다. 나치 독일의 수법을 배워 헌법 개정을 추진하자는 데 이어 한국인 민도를 지적하기도 했다.
일본 문부과학상인 시모무라 하쿠분은 지난달 30일 '2013 동아시아연맹 축구선수권' 대회와 관련해 "한국인 민도에 의문이 생긴다"며 "일본 국내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면 다른 응원단이 제지했을 것 아니냐"고 유감을 나타냈다. '민도'는 일반적으로 특정 국가나 지역 주민의 문화수준 정도를 가리키는 용어다. 즉 한국인의 국민 수준이 의심된다는 얘기다. 이를 접한 누리꾼들은 이웃나라 국민 수준까지 문제삼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분노했다.
시모무라는 한·일전에서 한국 응원단이 내건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현수막을 보고 이같이 말한 것이다. 그는 일본인 응원단이 들고 있던 일제 군국주의 상징인 전범기(욱일승천기)에 대해서는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았다. 그는 2007년 관방 부장관이었을 때 "위안부가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부모가 딸을 파는 일이 있었을 뿐 일본군이 관여한 건 아니다"라고 망언을 하기도 했다.
시모무라의 민도 발언은 불과 하루 전 아소 다로 부총리의 망언에 이은 것이다. 아소 부총리는 29일 "독일의 바이마르 헌법은 (나치 정권에 의해) 어느새 바뀌어 있었다"며 "이처럼 아무도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변하게 한 수법을 배우면 어떤가"라고 말했다. 또한 히틀러식 개헌방식을 강조하고 야스쿠니 신사 참배도 당연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바이마르 헌법은 현대적 헌법의 효시로 '가장 이상적이었던 헌법'이라 불린다. 아돌프 히틀러는 1933년 총리가 된 뒤 이를 무력화했다. 입법권 등 의회의 고유권한을 말살하고 자신이 이끄는 정부가 모든 권한을 행사할 있도록 한 것이다. 아소 부총리는 2008~2009년 총리를 지낸 인물이다. 굳이 나치를 인용하며 개헌문제를 거론한 것은 히틀러식 전제주의와 군국주의를 내심 지향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을 만하다.
이 같은 망언은 자민당이 총선에서 압승하면서 견제할 야당이 붕괴한 데다, 강한 일본에 대한 여론이 형성됐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그럼에도 상식 밖의 망언은 패전 후 성숙해진 다른 국가와 비교될 수밖에 없다. 독일은 패전한 후 폴란드에 영토 11만㎢를 할양했고, 빌리 브란트 독일 총리는 폴란드 바르샤바 나치 희생자 위령탑에 무릎 꿇고 사죄했다. 영국도 아프리카 케냐의 식민지 피해자 5200명에게 2000만 파운드의 보상금을 지급한 바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