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인하·리베이트 단속 강화 등 제약업을 둘러싼 환경이 안팎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지친 심신을 달래고 재충전을 하기 위한 휴식에 들어간 것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동아쏘시오홀딩스·유한양행·한미약품·종근당·광동제약·일동제약·SK케미칼 등이 1일부터 최장 8일(토·일 포함)까지 공식 휴가일정을 잡았다.
제약업계는 전통적으로 8월 첫 주 또는 8월 첫 월요일부터 휴가를 보내왔다. 이때는 열심히 돌렸던 공장의 기계마저 쉬는 기간이다.
동아쏘시오홀딩스는 1일부터 6일까지로 지난해 지주회사 분리전인 동아제약 휴가일수와 차이가 없었다.
반면 매출 1위 탈환을 노리고 있는 유한양행은 1~7일까지 하루 긴 휴식을 취한다. 종근당과 광동제약도 7일간의 여름휴가를 보낸다.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도 같은 기간 달콤한 휴식에 들어간다.
5일부터 여름휴가에 들어가는 제약사들도 있다.
녹십자·대웅제약·JW중외제약·휴온스 등은 5일부터 최장 9일(토·일 제외)까지 여름휴가 일정을 잡았다.
삼진제약은 올해도 지난해와 같이 강원도 속초 설악동에 위치한 90실 규모의 휴양소를 개방할 예정이어서 많은 임직원들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독약품은 7월 마지막 주부터 탄력적으로 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 그룹사인 CJ제일제당도 마찬가지다.
제약업계는 약가인하와 리베이트 파문 여파로 좀처럼 침체기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 여기에 혁신형제약사 취소기준까지 발표되면서 근심 걱정은 더 쌓여만 가고 있다.
제약사 약품비 청구실적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그나마 사업다각화로 버티고 있다.
한국제약협회가 지난 7월18일 발표한 ‘약가인하 이후 제약산업의 변화’ 정책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68개 상장 제약기업들의 2012년 약품비 청구액이 5조2914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6.8% 줄어들었다.
특히 올해 1분기 약품비 청구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나 줄어들었다.
이러한 현상은 국내사와 외자사에 명암이 엇갈렸다. 즉 국내 제약사의 약품비 청구액은 크게 감소했지만 청구액 상위 16개 다국적 제약사의 올해 1분기 실적은 2% 줄어드는데 그쳐 최대 6배의 격차를 보였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제약사의 상반기 매출액은 전반적으로 늘면서 선방하고 있다.
하지만 보고서는 의약품 수출과 판매관리비 절감, 그리고 일반의약품(OTC) 사업을 강화하고 건강기능식품·기능성 화장품·의료기기 분야에 대거 진출하는 등 사업 다각화를 통해 보험의약품 의존성 탈피 노력 덕분으로 분석했다.
옛 동아제약의 전문의약품 부문인 동아에스티는 2분기 매출액이 146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8.6% 줄었다. 영업이익은 지난 1분기 보다 2.6% 감소한 106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3월 동아제약의 분할로 지난해 실적과 비교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주요제품의 경쟁심화 등에 따른 영업환경 악화로 수익성이 나빠진 것으로 회사측은 설명했다.
반면 다국적제약사들은 최근 3년여 간 국내 시장에 총 51개 신약을 출시하는 등 매출 확대의 기반을 닦으며 여유로운 분위기다.
기업문화가 다른 만큼 본사 규정에 맞춰 휴가에 돌입한다. 다국적제약사에서 부장급(근속연수 10년차 기준)이면 연중 30일 정도는 휴가를 낼 수 있다.
제약업계 침체기가 장기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뭘 먹고 살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에 빠져있는 국내업체와 다국적 제약사 직원들의 희비가 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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