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간 금강산 체류, 현정은 회장, “희망의 끈 이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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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8-01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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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아주경제 채명석·박재홍 기자= “주어진 시간은 4시간이다. 이 시간 안에 희망을 부활시켜야 한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4년여 만에 금강산에 있는 남편의 추모비를 찾아간다. 1일 통일부가 고 정몽헌 회장의 10주기 추모식을 열기 위해 현대그룹이 신청한 금강산 방문건을 승인한 것이다.

현 회장 등 38명의 그룹 임직원들은 고인의 기일 하루 전인 오는 3일 오전 9시40분 강원도 고성 출입국사무소를 출발해 금강산 관광특구에서 일정을 소화한 뒤 오후 4시 이곳을 통해 돌아올 예정이다. 금강산을 다녀오는 시간은 6시간여. 왕복 이동 시간을 빼면 금강산 현지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4시간여에 불과하다. 이 시간 내에 현 회장은 추모식을 가진 뒤 5년 동안 방치된 금강산 관광 시설도 점검하고, 금강산 관광 재개 방안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남편과의 추억을 떠 올릴 겨를도 없을 정도로 빠듯하다.

현대그룹은 정 회장 10주년 추모식을 금강산에서 갖고 싶다는 현 회장의 의지를 실현하기 위해 오래 전부터 금강산행 승인을 얻기 위한 물밑작업을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으로부터 초청장도 받았으나 혹시 모를 상황이 전개될지 모른다는 우려에 최대한 말을 아꼈고, 지난달 말 발표한 10주기 추모행사 일정에도 빠져 있었다.

추진 과정에서 여러 번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지난 4월 북측의 개성공단 가동중단 조치 후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물거품 되는 게 아니냐는 비관론에 젖어들 즈음 개성공단 정상화와 금강산 관광재개, 이산가족 상봉 등의 의제를 놓고 남북간 실무협상이 재개 되면서 실마리가 풀리는 듯 했다. 하지만 협상이 결렬되면서 또 다시 기대를 저버려야 했다.

그래도 현대그룹은 금강산행에 대한 희망을 놓치지 않았다. 남측의 제의에 북측이 응하지 않아 개성공단 폐쇄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통일부는 극적으로 현 회장 일행의 방북을 허용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현대그룹으로서는 추모식을 성사시킨 것만으로도 큰 성과라는 반응이다.

우리 정부는 현 회장에게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의 방북 승인이 우리측이 여전히 남북간 대화 재개의 가능성은 남아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김정은 체제가 들어서면서 현대그룹의 대북라인도 대부분 끊어졌지만 여전히 북한에서 현 회장을 비롯한 현대그룹에 대한 신뢰도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 회장은 직접 북한을 방문해 생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면담을 하고 2011년에는 김 위원장의 장례식에 초대를 받아 평양을 다녀오기도 하는 등 대북사업이 위기에 빠질 때마다 문제 해결의 발판을 마련해왔다. 이런 그의 능력이 이번 방북에서도 발휘되기를 희망하는 이들이 많다.

재계 관계자는 “정치적 색깔은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현 회장의 방북은 막판으로 내몰리고 있는 경색된 남북관계의 새로운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줄 것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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