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수익성 하락으로 고전하는 은행들이 조직개편을 통해 탈출구를 찾고 있다. 올해 은행권 당기순이익이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하면서 서바이벌 영업전략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반기에도 어려운 경영환경이 예고된 만큼 은행들은 '생존'을 키워드로 내세우고 있다.
이날 조준희 기업은행장은 기업은행 창립 52주년을 맞아 임직원에게 '100년 후에도 살아남을 은행'을 만들자고 당부했다. 조 행장은 "기존의 생각과 방법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위기상황을 맞았다"며 "새로운 시각과 자세로 접근해 위기를 극복하자"고 말했다.
앞서 하반기 전국영업점장회의에서도 조 행장은 "하반기에도 생즉사 사즉생 각오로 정진하자"고 강조한 바 있다.
기업은행뿐 아니다. 하반기 은행권 전체가 생존을 모토로 내세우고 있다. 외환은행은 개인부문과 기업부문으로 유지되었던 사업부제를 15년 만에 완전 폐지, 단일 지점장 중심의 영업체제를 구축했다. 개인 및 기업금융 간 시너지 효과를 제고하기 위해서다. 또 본점 조직 슬림화를 통해 부점장급 인력 20명을 영업점에 추가 배치했다.
국민은행은 본부 조직체계 단순화 및 본부임원 축소 등의 내용을 담은 조직 및 인사개편안을 단행했다. 10그룹 15본부 61부 1실이었던 국민은행 조직이 17본부 57부 2실로 대폭 축소됐다.
그러나 영업그룹은 기획 및 지원기능 중심인 영업기획본부와 영업추진 중심인 영업추진본부로 분리해 영업체계는 오히려 강화됐다. 의사결정 단계도 종전 부행장, 본부장, 부서장으로 이어지는 3단계 의사결정 체제를 '본부장-부서장'의 2단계 체제로 축소했다.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신속 대응하자는 취지에서다.
우리은행도 본부 내 팀 조직을 기존의 260여개에서 220~230개로 줄이는 작업에 착수했다. 팀 해체로 발생한 인력은 영업 현장에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본점 인원의 10%에 해당하는 170여명을 영업점으로 발령했다. 또 '생산성 업그레이드 태스크포스'를 발족해 은행 전체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끌어올릴 해법을 논의하기로 했다.
금융지주들의 올해 상반기 실적은 지난해에 비해 반토막 났다. 상반기 실적을 발표한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는 순이익이 각각 5750억원과 5566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각각 50.3%, 63.6% 감소했다.
신한금융지주도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1조363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29.0% 감소했다. 실적발표를 앞둔 우리금융지주도 비슷한 상황이다. 지난해 상반기 순이익(9600억원)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에 따라 하반기에는 조직개편을 통한 영업경쟁이 더욱 치열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조직개편 및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의 초점이 본부 등 비영업 조직 슬림화 및 영업역량 대폭 강화 등에 맞춰진 만큼 하반기에는 서바이벌이 예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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