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숨바꼭질', 반전의 미학이 '반절'을 차지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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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8-02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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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숨바꼭질' 스틸컷)
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범죄와 관련된 영화나 스릴러 등에 꼭 빠져서는 안 될 것이 '반전의 미학'이다. 아예 처음부터 범인이 누구인지 알려주고 시작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감독들은 회심의 반전을 준비한다.

'숨바꼭질'(감독 허정·제작스튜디오 드림캡쳐)은 그런 반전이 영화 전체의 '반절'이나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

지난 2008년 도쿄에서 1년 간 남의 집에 숨어살던 노숙자가 체포된 사건이 발생했다. 2009년 뉴욕에선 남의 아파트에 숨어사는 여자의 모습이 CCTV를 통해 포착돼 시민들이 공포에 떨기도 했다. 당시 한국에서는 서울 등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집 초인종 옆에 수상한 표식을 발견했다는 주민신고가 동시다발적으로 속출했다. 숨바꼭질은 해당 실화를 모티브로 성수(손현주)가 사라진 형의 행방을 쫓던 중 예상치 못한 위험에 맞닥뜨리며 가족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영화는 초반부터 강하게 시작한다. 옆집 거주자가 자신을 지켜본다고 느낀 한 여성이 이에 항의하고 돌아오지만, 방에 몰래 들어온 침입자에 의해 죽음을 맞이한다. 곧이어 시퀀스는 주인공 성수에게 넘어간다. 미국에서 만난 민지(전미선)와 결혼에 골인해 슬하에 아들과 딸을 두고 있는 성수는 나름 잘 살고 있다.

(사진=영화 '숨바꼭질' 스틸컷)
부모님의 유산을 상속받아 A사의 자동차를 끌며 셉테드 설계원칙(CPTED: 영국의 범죄예방 이론으로 지리적, 환경적 디자인으로 설계돼 범죄를 저지르기 어려운 상황으로 만든다는 이론)에 따라 설계된 것처럼 보이는 아파트에서 생활한다. 집 안에서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모든 CCTV를 각자의 집에서 확인할 수 있고 입구 바리게이트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경비원의 확인이 필수다. 모든 아파트 단지는 전자식 카드가 없으면 입장이 불가능하다.

요즘 여성들의 로망이라는 '능력 있는 고아'와 결혼했다고 생각했던 민지는 성수에게 형이 있었다는 사실에 적잖은 서운함을 느낀다. 피부병을 앓고 있던 성수의 형은 실종된 상태고, 그런 형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찾아간 곳에서 수상한 남자에 의해 아이들을 잃어버릴 뻔했기 때문이다.

가까스로 주희(문정희)의 도움으로 아이들을 찾고 민지는 아이들과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지만 실종됐다는 형에게 죄책감을 느낀 성수는 뭔가 단서를 얻기 위해 항구 근처였던 형의 보금자리에서 좀 더 머물기로 한다. 성수는 낡은 아파트 문 초인종 옆에 살고 있는 구성원들에 대한 표시들을 확인한다. 성인남성은 네모, 여성은 세모, 아이는 동그라미.

그러던 중 민지와 아들, 딸은 성수의 형으로 추정되는 인물로부터 테러의 위협을 당하고 성수는 형에 대한 환상에 사로잡혀 결벽증을 넘어선 정신병 증상을 보인다.

(사진=영화 '숨바꼭질' 스틸컷)
결국 민지는 아이들을 데리고 미국으로 건너가기로 하고 성수는 폭행에 칼침을 맞는 등 위기에 빠진다.

숨바꼭질은 스릴러답게 러닝타임 곳곳에 관객을 놀래키는 장면을 배치했다. 깜짝 놀라 소리치는 관객이 있을 정도다. 전형적인 더운 여름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려는 의도가 확연하게 보여지는 가운데 영화의 클라이맥스인 반전은 '너무 일찍' 찾아온다. 이 반전이 공개된 이후 영화는 지속적으로 심장을 쫄깃하게 만드는 장면을 배치했지만 너무 과하다는 느낌이다.

허정 감독의 첫 장편영화 숨바꼭질은 길게 쉬어야할 숨을 단숨에 내뱉은 모양새다. 연기력 면에서 말이 필요 없는 손현주, 문정희, 전미선이라는 배우들과 예고만 봐도 소름끼치게 만드는 매력적 소재를 '들숨'에 삼켰지만 막상 '날숨'은 들어간 것을 다 토해 내지 못했다.

전체적으로 산만한 스토리 전개 역시 아쉬움을 남긴다. 그러나 "허정 감독은 이후에 분명히 더 좋은 작품으로 관객을 만날 것"이라는 손현주의 말처럼, 받아들인 산소보다 부족한 '첫 날숨'의 이산화탄소는 광합성을 통해 더 좋은 산소로 다가올 것이라 기대한다. 1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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