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인터뷰] 하정우 “권투시합 위해 링에 오르는 치열함으로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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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8-0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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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테러 라이브’ 단독 주연…“배우로서 기본기 다진 쉼표 같은 영화”

하정우 인터뷰/ 사진 제공=씨네2000
아주경제 홍종선 기자= 하정우 단독 주연의 영화 ‘더 테러 라이브’가 개봉 첫 주 관객 100만 명을 돌파했다.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는 역대 한국영화 중 가장 빠른 속도로 개봉 5일 만에 300만 명을 극장으로 불러들였다. 두 영화의 순 제작비가 각각 35억 원, 430여억 원임을 감안하면 다윗 ‘더 테러 라이브’가 골리앗 ‘설국열차’를 상대로 제법 볼 만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더 테러 라이브’의 흥행을 위해 발로 뛰고 있는 배우 하정우를 지난달 30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났다. 배우 하정우의 힘에 영화의 속도감과 긴장미를 기대고 있는, 명실상부한 원톱 주인공이 내놓은 자평은 다소 의외였다. 하정우는 한물간 속물 앵커 윤영화 역을 맡아 처음에는 자신의 재기를 위해 테러 생중계를 활용하려 하지만, 점차 인간 본연의 양심과 언론인으로서의 본분을 되찾는 인물을 설득력 있게 연기했다.

“윤영화가 앵커다 보니 표준어를 구사해요. 또 제 말소리가 영화 내내 계속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 관객들 귀를 불편하게 해선 안 된다는 생각이 컸어요. 대사 전달도 정확해야 하고요. 크랭크인 전부터 발성 등 기본기를 점검했고 실제로 연기할 때도 기본기에 충실하려 노력했습니다. 배우로서 기본기를 다진 ‘쉼표’ 같은 영화입니다.”

차분한 준비와 달리 스크린 위에서는 마포대교가 폭파되고 여의도 빌딩이 무너지는 재난이 그려진다. 마치 2시간짜리 뉴스 생중계를 보는 듯 생생하다. 하정우는 연극의 라이브 연기를 영화에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영화가 21개의 챕터(chapter)로 이뤄져 있는데, 하나의 챕터를 한 번에 연기했어요. 장면 별로 끊어서 연기하지 않고 이어서 연기한 거죠.”

김병우 감독에게 먼저 제안했다는 1챕터, 1컷 촬영은 집중력과 고도의 체력을 요한다. 그는 촬영장으로 향하는 느낌을 권투 시합 출전에 비유했다.

“감독의 Q사인에 세트장으로 걸어 들어갈 때면 권투시합을 위해 링에 오르는 느낌이에요. 제가 체력이 고갈되면, 제가 실수하면 촬영이 거기서 멈춰야 하잖아요. 어렵고 힘든 만큼 더 도전의식이 생겼던 것 같아요. 그렇게 치열한 마음으로 연기에 임해도 9시간 정도 되면 체력이 바닥을 드러내더라고요. 다행히 새로운 방식이 몸에 익었는지 처음에는 12시간씩 걸리던 촬영이 어떤 날은 6시간에 끝나기도 했어요.”

하정우가 제작사 씨네2000 사무실을 한 달간 걸어서 출근해 배우로서의 기본기를 다진 것도 시합을 준비하는 선수의 자세로 윤영화를 만들어 가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제작사를 드나들며, 처음으로 원톱 주연을 맡은 자신보다 씨네2000의 이춘연 대표를 응원하게 됐다.

“1995년부터 씨네2000이라는 이름으로 영화를 제작해 오고 계세요. 박찬욱 감독의 ‘3인조’, 이정향 감독의 ‘미술관 옆 동물원’이 빛을 볼 수 있었던 것도 신인감독에게 기회를 주는 이 대표 덕분이죠. ‘여고괴담’ 시리즈도 마찬가지고요. 한국영화를 위해 많은 일을 해 오신 대명사이신데 사무실이 세 들어 있어요. 20주년 때는 안정감 있게 영화에 매진하실 공간이 생겼으면 좋겠고, 제가 주연한 ‘더 테러 라이브’가 한몫 했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하정우는 이번 영화 작업을 통해 “하나의 경기를 위해 한 팀이 되어 톱니바퀴를 굴리는 놀라운 경험을 했다”며 감탄했다. 감독에게 과도한 간섭을 하기보다 놀 수 있는 멍석을 깔아 주는 이춘연 대표, 영화의 모든 면을 통제하고 연출하되 캐릭터 구상과 그에 대한 연출은 배우에게 맡기는 김병우 감독, 그리고 영화 잘 만들자는 하나된 마음으로 불철주야 노고를 아끼지 않은 모든 배우와 스태프들까지 다함께 한 곳을 바라봤다며 감격스러워 했다. 그들이 함께 바라봤다는 ‘그곳’으로 관객의 관심과 애정도 쏠리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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