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3일 오후 금강산에서 열린 정몽헌 전 회장 10주기 추모식 참석을 마치고 동해선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입경하고 있다. [남궁진웅 기자 - timeid@ajunews.com] |
추모식 때문에 다녀온 것 뿐이라며 정치적 확대 해석에 대해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던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4년만에 금강산에 다녀 온 소회를 묻는 질문에 감회에 젖은 모습을 숨기지 못하고 엷게 미소를 지었다.
현 회장은 지난 3일 고 정몽헌 회장의 10주기 추모행사를 위해 금강산에 방문한 자리에서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의 구두 친서를 전달받으며 대북사업의 청신호를 밝혔다.
현 회장은 이날 금강산 방문 뒤 귀경해 기자들을 만나 “북측은 원동연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을 통해 구두로 정 회장의 10주기를 추모하는 김정은 제1비서의 친서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구두 친서는 북한의 김정은 체제 변환 이후 김 제1비서가 남측 민간 인사에게는 처음 보낸 것으로, 우리 측 정부가 개성공단 사태 논의를 위한 회담제의에 대해 일주일이 지나도록 답이없는 상황에서 보낸 것이라 의미가 남다르다는 평가다.
친서의 내용에 대해 현 회장은 “정몽헌 회장의 명복을 기원하며 아울러 현정은 회장을 비롯한 정몽헌 선생의 가족과 현대그룹의 모든 일이 잘되길 바란다는 내용”이라고 전했다.
현 회장은 다만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 재개 등과 관련해 북측 인사와 언질이 오간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북 측에서도 추모사를 전달하기 위해 왔기 때문에 특별히 사업이야기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친서 내용에서 현대그룹의 모든 일이 잘 되길 바란다는 내용이 대북사업도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 측에서도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에 대한 재개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현 회장 역시 이날 “5년이상 관광이 중단되고 힘든 상황이지만 현대는 결코 금강산 관광을 놓지 않을 것이며, 반드시 관광이 재개될 수 있도록 모든 힘을 다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해 대북사업에 대한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현 회장은 이어 “추모식 후 호텔 등 관광시설도 둘러봤다”며 “외관상으로는 큰 문제가 없어 보였지만, 추후 관광을 위해서는 보다 정밀한 안전진단과 개보수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현대그룹 측에서도 김 제1비서의 친서 전달로 대북사업에 대한 긍정적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이번 김 제1비서의 구두 친서 전달로 북 측에서도 금강산 관광 사업에 대한 의지가 있음을 확인했다고 보고 있다”며 “이번 일이 현대그룹 뿐 아니라 남북관계의 긍정적 신호로 작용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북측에서는 원동연 부위원장을 비롯한 20여명이 참석했으며, 추모식은 현대그룹과 북측이 각각 추모사를 낭독하고 헌화와 묵념 순으로 진행됐다. 북측은 추모식에 조선아태평화위 명의의 조화도 전달했다.
현 회장의 금강산 추모식 참석은 2009년 이후 4년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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