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ㆍ예탁원ㆍ조폐공사 금거래소 개장에 '밥그릇 다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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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8-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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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지나 기자= 한국거래소가 내년 초 금거래소를 여는 가운데 유관기관인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조폐공사가 가세해 서로 더 많은 역할을 차지하기 위한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거래소는 매매부터 청산·결제까지 모든 기능을 독차지하기를 바라는 반면, 예탁원은 보관뿐 아니라 결제업무까지 가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금에 대한 품질인증 기능을 맡을 조폐공사가 보관업무까지 갖겠다고 나서면서 유관기관 간 갈등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예탁원 '부산 이전' 최대 걸림돌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금거래소 관련 보관업무를 애초 경기 고양시 소재 예탁원 일산센터에 맡길 계획이었으나 결정을 보류했다.

예탁원이 내년까지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에 따라 부산으로 본사를 옮겨야 하는데, 일산센터를 외부에 팔아 이전비용을 충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일산센터가 매각문제만 없다면 최적이지만 주인이 바뀔 수 있는 만큼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예탁원은 일산센터 매각문제를 원점으로 되돌려주기를 금융당국에 요청한 상태다. 예탁원 일산센터는 국내에서 유통되는 모든 채권·주식 실물을 보관하는 곳으로 과거에도 금 선물거래에 사용됐던 금 실물을 보관한 바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식시장에서 보관ㆍ결제 기능을 이미 하고 있는 예탁원이 금거래소 관련 보관업무에도 적임자일 것"이라며 "하지만 거래소나 조폐공사는 이견을 가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거래소가 결제기능을 예탁원에 넘기지 않기 위해 아예 보관업무를 조폐공사에 맡기려 한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예탁원 또한 금거래소 보관업무를 가져오는 동시에 부산 이전을 회피하거나 미루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폐공사 세계 유일 인증·보관겸업?

예탁원이 금 보관업무에서 탈락한다면 가장 유력한 곳은 조폐공사다. 이 경우 금거래소를 운영하고 있는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금에 대한 인증·보관업무가 단일기관에서 이뤄지게 된다. 다른 나라에서는 부실인증을 우려해 인증·보관업무가 별도기관에 분산돼 있다.

조폐공사는 금거래소 보관소로 지정될 경우 경북 경산시에 위치한 '지하벙커'를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곳은 2008년까지 화폐를 찍어내던 장소로 지금까지 5년째 빈 공간으로 방치돼 왔다. 금 보관능력은 4000t 이상으로 금거래소 보관수요를 수십 배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안면에서도 이미 완벽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조폐공사 자체가 국가보안시설인 만큼 경산시에 있는 벙커 또한 24시간 감시체제로 관리할 수 있다.

이런 장점을 근거로 조폐공사측은 거래소에 보관업무를 맡겨줄 것을 제안한 상황이다. 조폐공사 관계자는 "거래소 쪽에서 경산시 지하벙커에 대한 실사를 끝냈다"며 "대량으로 보관해야 할 금은 경산시에, 나머지는 지역별로 나눠 관리하는 것을 골자로 거래소에 제안서를 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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