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선물계좌 불법 대여업체의 광고 모습. 상담원과 연락처,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마련해 놓고 제도권 업체를 가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
아주경제 유희석 기자= #직장인 A씨는 최근 이메일을 확인하다 눈에 띄는 광고를 발견했다. 대여계좌를 이용해 적은 돈으로도 선물 투자에 나설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평소 주식과 선물 투자에 관심이 많던 A씨는 이 업체를 통한 선물 투자를 잠시 고민하다 결국 투자를 결심했다. 불법이고 투자금을 날릴 수 있다는 불안감은 있었지만 적은 금액으로 선물 투자를 연습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금융당국이 불법 금융투자업자에 대해 단속과 감시를 계속하고 있지만 선물 투자를 둘러싼 불법 행위들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불법 금융투자 사례는 2012년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모두 1552건에 이르고 있다. 이는 2011년의 295건에 비해 426%나 증가한 수치다. 금감원이 지난해 6월 '사이버 금융 거래 감시반'을 설치한 이후 적발 사례가 크게 늘었다. 이 기간 불법 금융투자업체의 온라인 사이트도 995개가 폐지됐다.
단속은 강화됐지만 불법 금융투자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적발된 이후 잠시 잠적했다 이름을 바꿔 다시 활동하는 사례도 늘었다. 특히 이들 업체는 온라인 홈페이지는 물론 인터넷 커뮤니티나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를 적극 활용해 투자자 모집에 나서고 있다.
불법 선물 투자의 가장 큰 특징은 저렴한 가격이다. 제도권 증권사나 선물회사를 통해 선물옵션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최소예탁금과 개시증거금, 유지증거금 등으로 약 1500만~2000만원의 비용이 필요하다.
자본금이 많지 않은 개미 투자자에게는 만만치 않은 금액이다. 불법 금융투자업체들은 이 부분을 파고 든다. 투자자를 대신해 선물 계좌를 만들고 이를 일정한 수수료를 받고 다른 사람들에게 빌려주는 것이다.
반면 불법 대여계좌를 이용하면 50만원의 보증금만 내면 선물 투자가 가능해진다. 거래수수료도 증권사의 최대 4분의1에 그친다. 이들 업체는 자체 홈트레이딩서비스(HTS)까지 만들어 투자자들에게 배포하고 있다.
가격이 저렴한 만큼 부작용도 크다. HTS 시스템을 조작해 투자자의 돈을 가로채던가 보증금을 횡령하는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사설경마장처럼 한국거래소의 시세 정보를 이용해 고객들이 돈을 걸게하고 승패를 결정짓도록하는 도박형 업체도 생겨났다.
금감원 관계자는 "제도권 증권사나 선물회사는 어떠한 경우에도 계좌를 대여해 주지 않는다"며 "현란한 광고 문구에 속지 말고 거래전 금감원 홈페이지 등으로 통해 해당 업체가 제도권 금융회사인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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