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임원으로 분류하면 금융권에서 여성은 겨우 두 명에 불과하다. 여전히 유리천장이 견고하다는 얘기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신한은행과 외환은행이 소비자보호 업무 관리자에 여성을 임명했다.
신한은행은 기존의 소비자보호센터에 고객만족(CS)추진실을 둔 소비자보호본부를 신설하고 본부장에 신보금씨를 앉혔다. 외환은행 역시 금융소비자보호센터장에 박윤옥 전 미금역 지점장을 임명했다.
소비자보호 업무의 대표적인 여성 책임자에는 금융감독원의 오순명 금융소비자보호처장과 기업은행의 권선주 부행장(소비자보호담당센터장 겸임)이 꼽힌다.
하지만 이번에 임명된 이들은 엄밀히 말하면 임원은 아니다. 신한은행에서 본부장은 상무급에 해당되며, 임원은 그 이상부터다. 외환은행에서는 본부장부터 임원으로 인정하나 센터장은 부장급으로 한 직급 아래다.
현재 은행권(외국계 은행 제외)에서 여성 임원은 기업은행의 권 부행장과 수협은행의 강신숙 부행장이 유일하다. 올해 4월 강 부행장이 임명되기 전까지 은행권 내 여성 임원은 권 부행장이 유일했다.
은행마다 임원급으로 분류하는 기준은 조금씩 다르다. 그나마 상위 직급인 본부장급에는 여성이 일부 배치돼 있으나 대부분의 은행에서는 본부장 이상부터 임원에 포함된다.
국민은행에는 박정림 웰스매니지먼트(WM) 본부장이 17개 본부에서 유일한 여성 본부장으로 근무 중이다. 지역 영업본부에 3명의 본부장이 있으나 최근 조직개편으로 직급은 한 단계 낮아졌다는 설명이다.
신한은행은 신 본부장 외에 2명의 여성 지역 영업본부장이 있고, 하나은행도 지역 영업본부장에 여성이 2명 있다.
우리은행은 김옥정 WM사업단 상무가 가장 고위직에 있으나 우리은행의 임원은 상무 이상부터다. 본부장에는 여성이 3명 포진돼 있으나 은행 내 본부장 수만 40~50명에 달하기 때문에 의미를 두기는 어렵다.
기업은행은 권 부행장이 임원으로 근무하고 있으나 그 외에 여성 책임자는 지역 본부장 1명에 그치고 있으며, 농협은행은 지난해 부산영업본부를 맡았던 우명자 본부장이 물러난 이후 한 명도 없다.
책임자 직급에 앉은 여성들의 업무도 고객 대응업무와 관련된 소비자보호 업무나 WM 업무 등으로 국한돼 있어 범위가 좁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요 카드사나 보험사에서도 여성 임원은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여성들의 경우 육아 등의 문제로 사회생활을 꾸준히 하기 어려운 문제가 발생해 연차나 경력상 직급 상승 속도가 느린 면이 있다"며 "금융권의 보수적인 조직문화도 일조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성별에 관계없이 능력을 위주로 책임자에 앉히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에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금융권에서 최근 여성 임원을 배출한 사례는 한국은행의 서영경 부총재보를 들 수 있다. 서 부총재보는 한은 창립 63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 임원이 됐으며, 최연소 임원 타이틀도 거머쥐게 돼 화제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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