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전략을 고수하던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가격을 인하하거나 수입사가 본사를 설득해 가격 거품을 제거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최근 병행수입을 활성화해 수입 물가를 안정시키겠다고 발표하면서 이 같은 움직임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랄프로렌코리아는 그동안 유지해온 고가정책을 포기하고 가을·겨울시즌부터 랄프로렌 칠드런(아동복) 가격을 기존보다 40% 가량 낮추기로 했다.
이는 해외 직구·병행수입 등 유통경로가 다양해지면서 공급자 중심의 가격정책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랄프로렌은 국내에서 무리하게 고가 정책을 구사하는 바람에 현지와의 가격차가 60% 이상 벌어지는 등 웃지못할 상황이 발생했다"며 "국내 소비자들이 구매대행 사이트나 병행제품으로 돌아서면서 백화점 매출에 직격탄을 맞자 고가 정책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덴마크 수입 레인부츠 브랜드 일세야콥센도 최근 주요 상품 가격을 30% 하향 조정했다.
꽃무늬 패브릭브랜드로 국내 마니아층이 상당한 캐스키드슨도 지난해 말 전 품목 가격을 20% 인하했다.
대학생 김유진(26)씨는 "아무리 환율이 올랐다고 해도 유학 때 저렴하게 구입하던 브랜드를 국내에서 '바가지 가격'에 사려니 선뜻 지갑을 열 용기가 안난다"며 "배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온라인으로 3~4명의 파트너를 모집한 뒤 영국 사이트에서 직접구매하는 편이다"고 말했다.
강남유모차로 불러던 스토케 역시 지난달부터 주력 상품의 가격을 낮췄다. 이에 따라 익스플로리 모델은 기존 169만원에서 159만원, 스쿠트는 99만원에서 89만원으로 인하됐다. 이번 조치는 지난해 5월에 이어 두 번째로 익스플로리 가격은 1년 만에 189만원에서 159만원으로 16%가량 내렸다.
화장품도 병행수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마트가 만든 드럭스토어 분스는 병행수입으로 에스티로더·SK-Ⅱ·랑콤·비오템 등의 가격을 15~20% 낮췄다. 이랜드 역시 화장품 편집매장 뷰티갤러리를 통해 백화점 대비 20% 저렴하게 판매 중이다.
상황이 이렇자 수입 화장품업체들은 잔뜩 긴장하고 있다.
수입 화장품 업체 관계자는 "병행수입을 활성화한다는 정부 방침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면서도 "실적이 예전만 못한 상황에서 병행수입제품에 가격 경쟁력마저 뒤진다면 지금보다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크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고가의 수입브랜드는 가격 저관여 상품이라 병행제품 등에 밀리지 않는다는 분석이 우세했다"며 "하지만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안심할 수 만은 없는 상황이다"고 전했다.
그는 또 "만약 이 같은 흐름이 계속된다면 가격 인하에 동참하는 브랜드도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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