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마지막 회담 제안에 10일째 묵묵부답이던 북한이 마침내 입을 열었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이다.
정부는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 특별담화에 대해 "총론적으로 보아 전향적"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으면서 북측의 회담 제안을 전격 수용했다.
정부는 북한이 특별담화를 통해 밝힌 내용 중 우리 정부가 주장해온 재발방지 부분이 언급됐다는 점, 우리 근로자의 '신변안전 담보', '기업들의 재산 철저 보장' 등의 내용들이 포함된 점을 들어 기존에 강경했던 북측 입장이 다소 완화됐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정부는 6차 회담까지 개성공단 사태의 책임 소재와 연결된 재발방지 부분에 대해 북측에 확실한 보장을 요구했고, 북한은 공단의 가동 중단 원인을 우리측으로 돌리며 강하게 맞섰다.
이에 북한은 남북 공동 책임을 물으면서 6차 회담 합의문에 "정상운영에 저해를 주는 정치적·군사적 행위 일절 금지" 등을 명시할 것을 조건으로 내걸고 우리측을 압박했다.
하지만 이번 조평통 담화에는 "어떤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을 받음 없이 공업지구의 정상운영을 보장하도록 한다"면서 가동 중단의 원인으로 삼았던 우리측의 '정치적·군사적 행위'에 대한 언급을 뺐다.
특히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고 최종 합의에 이르기까지는 걸림돌도 많다.
북한이 이번 담화에서 책임소재 부분을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가 이 문제를 놓고 북측과 다시 갈등을 보일 경우 회담은 초반부터 공회전을 되풀이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측이 어느 정도 책임을 시인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서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갈등의 여지가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북측은 합의 후 바로 공단 재가동에 들어가자는 입장인 반면, 우리 정부는 재발방지 약속 등이 충실히 이행된 이후 재가동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부분 역시 남북이 합의를 이루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결국 우리 정부가 주장해온 원칙적인 부분을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회담은 제자리 걸음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실무회담 결렬 당시에도 여러 차례 적당한 타협과 위기상황 모면이 아닌 북한과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대북 원칙론을 줄곧 천명해 왔다.
오는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대북정책 기조와 관련해 북한은 국제사회와 손잡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야 한다는 등의 원칙론을 재천명할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박근혜 정부의 이 같은 대북 원칙론(재발방지 약속과 신뢰를 쌓지 않으면 재가동 안 한다)을 넘어설 만한 진정성을 북한이 보여야 남북이 최종 합의에 이를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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