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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명석의 CEO속풀이>민계식 전 회장이 지적한 GE의 단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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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8-11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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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개최한 제주포럼의 강연 내용 녹취록을 읽던 중 민계식 전 현대중공업 회장의 강연 내용중 한 토막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미국에서 기업생활을 한 후 그들의 경영방식 중 절대 이렇게 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한 것이 있는데, 바로 100점 경영을 하면 망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기업들은 자사의 제품 어느 하나도 적자가 나는 것을 용납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미국의 산업은 미국의 경영자들이 망쳐놨다고 하는 말이 나왔다고 합니다.

민 전 회장은 강연에서 GE와의 업무 경험담을 언급했습니다. 아시다시피 GE는 전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초일류기업’이자 끊임없이 진화를 실천하는 기업입니다. 하지만 그런 GE를 바라보는 민 전 회장의 시각은 우리와는 많이 달랐습니다.

“현대중공업은 GE와 공동으로 하는 사업이 많은데, GE의 임원 한 분을 만나서 상당히 심각한 토론을 한 적이 있다. 내 눈에 그 사람은 경영자라기보다는 킬러였다. 몇 만 명을 뽑을까 해고시킬까를 고민하는 사람이었다.”

이에 민 회장은 이렇게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10등이면 어떤가. 10등이어도 돈을 벌면 해야 하는 것이다. 잘 길러서 1등이 되도록 하는 것이 리더십이다.”

그는 산업발전 과정을 보면 현재와 미래의 구성 즉, 기존제품(안정성 있는 제품)과 신제품(미래성장동력이 될 제품)의 구상이 잘 되어 있는 기업일수록 생명력이 높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합니다.

따라서 민 회장이 창안한 경영철학은 ‘70점 경영을 하자’였다고 합니다.

“기업이 만드는 제품의 70%는 수입이 안정적인 제품으로, 나머지 30%는 지금 당장은 돈이 안 되지만 5~10년 뒤 미래를 보고 만드는 제품이어야 한다. 약간의 적자를 보더라도 미래를 봐서 투자하고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경영철학이다.”

민 회장이 현대중공업에서 CEO로 부임한 10년 동안 한국의 조선산업은 더 이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최고의 호황기를 보냈습니다. 운만 좋았던 것은 아닙니다. 자기 스스로를 극한의 상황까지 몰고가며 기술개발에 몰두한 덕분이었습니다. 이사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수십차례 제안서를 제출해 관철시킨 ‘힘센엔진’은 민 전 회장의 고집이 없었다면 세상에서 빛을 보지 못했을 것입니다.

모두가 1등을 외칩니다. 1등이 되려면 기업은 먼 미래를 보고 투자할 줄 알아야 합니다. 최고의 선수가 최고의 감독이 되는 건 아니라고 합니다. CEO들은 투자자와 시장의 불만,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이간질, 임직원들의 무관심과 저자세를 끊임없이 경험합니다. 이를 이겨내고 좀 더 멀리 내다보고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최근 들어 기업들이 중장기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던 사업에 대한 투자를 줄이거나 중단하겠다는 발표를 자주 접하고 있습니다. 타당성 조사를 통해 안된다고 보이면 빨리 발을 빼는 게 생존을 위해서 중요합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지금 당장 보여줘야 하는 실적 수치 때문에, 투자자들의 견제에 굴복해서 CEO들이 자진 철수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드는 건 왜 인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우리 기업에게는 민 전 회장이 말하는 ‘70점 경영자’들이 더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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