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은행의 예금 회전율은 6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주식 회전율도 예전 수준을 밑도는 상태다.
12일 한국은행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예금 회전율은 6월 현재 3.5회로 지난 2007년 2월 3.2회 이후 6년 4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예금 회전율은 해당 기간 내 시중 자금의 유통속도를 가리키는 말로, 6월의 경우 소비 등을 위해 예금을 인출한 횟수가 3.5회라는 뜻이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10.3% 감소했다.
분기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 4분기 4.0회를 기록했던 예금 회전율은 올해 1분기 3.8회, 2분기 3.7회로 점차 내려가는 양상이다.
기업이나 개인이 자금을 예치해 두고 언제든지 인출할 수 있는 요구불예금 회전율은 6월 현재 26.2회로 지난 2007년 6월 26.2회를 기록한 이후 꼭 6년만에 동일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기업이 물품결제 등을 위해 이용하는 당좌예금의 경우 회전율은 6월 현재 462.3회로 지난 4월 575회에서 5월 500.3회에 이어 두 달 연속 하락했다.
정기 예적금 등을 포함한 저축성예금 회전율 역시 이 기간 1.0회로 2008년 8월(1.0회)과 같은 수준을 기록했다.
돈이 은행에 그대로 쌓이면서 요구불예금 잔액은 6월 현재 108조2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저축성 예금 역시 900조6000억원으로 900조원을 돌파했다.
주식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유가증권시장의 상장주식 회전율은 7월 현재 21.75%로 전년동기대비 6.1%포인트 감소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 시장 회전율은 39.58%로 40.3%포인트 줄었다. 주식회전율은 해당 기간동안 상장주식 1주에 대해 이루어진 매매량을 의미한다. 주식회전율의 감소는 증시 사정이 나빠 개인투자자들의 참여가 부진했다는 것과 같다.
예금 회전율이 이처럼 낮은 것은 미국의 양적완화 조기 축소와 중국, 일본 등 주요국의 경기 상황 등 대외 경제여건이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점이 주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우리나라의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가 전기대비 1.1 성장하는 등 회복세를 보이고는 있다. 그러나 수출 등 대외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기 상황상 대외 여건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이제 섣불리 투자하기 보다는 돈을 단기로 은행에 묶어두고 향후 추이를 지켜보려는 수요가 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은행 예금은 6월말 현재 1008조8158억원으로 사상 첫 1000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대부분 단기 대기성 자금이 유입된 결과였다.
시중에 자금이 돌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경제가 위축돼 있다는 얘기다. 자금 경색 정도가 심해지면 자칫 실물경제를 무기력증에 빠뜨릴 수 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은 미래의 경기전망이 불확실하면서 투자를 꺼리고 있고, 가계는 부채 감축 정책 등의 영향으로 차입을 줄이는 등 자금 수요가 전반적으로 줄어들면서 회전율이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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