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물론 안철수 무소속 의원까지 '힘을 보태겠다'고 나선 데다 학계에서도 '사전등록제' 등 보완책을 마련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차명계좌를 전면 금지하면 상당한 혼란이 예상된다는 이유로 사실상 반대 의사를 표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12일 국회에서 열린 '금융실명제법 시행 20주년 공동 정책토론회'에서 여야 및 전문가들은 차명계좌 규제에 대한 필요성을 제기했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축사에서 "여전히 차명계좌를 통한 탈세나 불법자산의 은닉과 같은 범죄들이 근절되지 않아, 조세정의 실현이나 지하경제 양성화 같은 시대적 요구에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며 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안철수 무소속 의원도 "금융실명제가 기명거래는 막았지만 차명거래가 횡행해 부정부패를 완전히 봉쇄하지는 못했다"면서 "이번 주 내에 자금세탁 방지법 개정안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김상헌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누진세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활용돼 조세의 형평성을 해치고 불법적인 자금세탁을 용이하게 한다"며 "지하경제 규모를 줄이고 조세 형평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차명계좌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명계좌 문제가 비단 정·재계의 비자금 수단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었다. 이성우 변호사는 "차명거래는 일부 재벌 오너와 일부 고액 자산가의 불법적 행태의 문제점을 떠나서 일련의 저축은행 사태에서 보듯이 금융시스템 자체를 붕괴시켜 서민의 생활에도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며 "조속히 개정안을 시행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 가운데 보완책으로는 ''사전등록한 선의의 차명계좌만 허용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김자봉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차명거래 사전등록제'를 통해 선의의 차명계좌는 용인하고, 악의의 차명계좌는 가중처벌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선의의 차명계좌는 부모가 자녀 이름으로 만들어준 주택마련 통장이나, 동창·동문회 회비 통장 등 조세회피 목적이 아닌 차명계좌를 말한다. 악의의 차명계좌는 세금탈루, 비자금 형성 등을 위한 차명계좌다.
김 연구위원은 "차명거래 금지정책의 관건은 악의의 차명계좌를 정확히 겨냥할 수 있는 수단을 만드는 것"이라며 "선의의 차명계좌를 사전등록할 시 증여로 보지 않되, 사후에 악의로 판명되면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세청·검찰청의 자료를 기반으로 국회와 정부가 공동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차명거래 규제 정책수단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병두 민주당 의원도 차명거래에 대해 '원칙 금지, 예외 허용' 원칙을 제시했다. 관행과 거래 편의 때문에 이용되는 차명계좌, 즉 선의의 차명계좌는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재산은닉과 탈세를 위한 차명계좌는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올해 9월 정기국회에서는 차명거래 금지를 강화하는 내용의 금융실명제법 개정안이 통과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난색을 보이고 있다. 차명계좌 금지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데다 법을 개정한다고 해서 효과가 나타날지도 논란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토론에 참석한 이병래 금융위 금융서비스국장은 "차명계좌가 선이냐 악이냐는 실제 의도를 파악해야 하는데 금융사 직원이 거래 단계에서 차명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며 "차명계좌 금지법은 실제 적용 및 사회적 불편의 여부를 잘 따져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고광효 기획재정부 재산세제과장 역시 "차명계좌 제한은 도깨비 방망이가 아니다"라며 "규제 필요성엔 동감하지만, 부동산·주식과 달리 현금의 소유관계는 확인 방법이 없는 데다, 형사처벌까지 하는 것은 과잉입법의 우려가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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