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사기·횡령 국가의 오명을 벗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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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8-12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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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스페인, 미국, 독일, 영국, 러시아 그리고 한국. 이들 국가는 모두 세계에서 어떤 한 부문에 각각 1위를 차지한 나라들이다. 놀랍게도 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한국이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불명예스럽게도 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범죄 종류별 국가 순위다. 세계에서 강도가 가장 많은 나라, 세계에서 강간이 가장 빈번한 나라, 세계에서 마약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 등등 입에 올리기도 부끄러운 수식어가 나열돼 있다. 그리고 한국은 ‘사기’ 범죄가 가장 많은 국가였다. 한국은 ‘횡령’ 범죄에서도 러시아에 이어 2위에 오르는 ‘기염(?)’을 보였다.

암울한 이 결과가 낯설지 않은 것은 왜일까. 최근 CJ와 더불어 삼성, 현대, 한화 등 웬만한 대기업과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등을 비롯해 정치권에서도 흔히 봐 왔던 게 비자금 사건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금융실명제가 시행된 지도 20년이 흘렀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차명계좌로 인한 비리는 끊이질 않고 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20년전에 시행된 법의 효력이 범죄를 다스리지 못한다면 바뀌는 건 당연지사다. 정치권을 시작으로 차명계좌를 원천적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정부는 이른바 ‘선의의 차명계좌’ 구분과 관리의 어려움을 이유로 원천 금지와 형사처벌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동창회나 친척모임 총무 등이 활용하는 계좌도 이른바 차명계좌라는 것이다. 그러나 '차명도 실명'이라는 원칙으로 방관한 결과가 지금껏 드러난 정·재계의 비리사고다. 지금처럼 차명계좌에 대해 부분적인 허용을 방치한다면 한국은 부정 부패국가라는 오명을 벗기 힘들다.

법을 개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금융실명제 보완은 기술적으로도 세심한 검토가 필요한 작업이다. 그러나 지하경제를 양성화한다는 당초 제도 도입의 취지를 다시금 새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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