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를 낮춰 전세보증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했지만 과연 집주인과 세입자의 참여가 얼마나 이뤄질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특히 충분히 구매력이 있음에도 전세에 머물고 있는 세입자에게 지속적인 대출 지원을 해주는 것은 오히려 매매 전환을 방해하고 가계대출만 증가시키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2일 정부가 발표한 목돈 안드는 전세 상품을 보면, 3억원짜리 집 3채(각각 전용면적 85㎡)를 보유 중이고 이 중 2채를 2억원에 전세놓고 있는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각각 5000만원 올렸을 경우 집주인 담보대출 방식(대출금리 4% 적용 시)을 적용했다면 연간 168만원의 혜택을 볼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센티브를 통한 소득세 및 재산세 혜택, 종합부동산세 절약,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지 않아도 되는 데 따른 중개수수료 절감효과 등이다.
세입자는 전세보증금 5000만원 인상 시 월세로 내야 하는 반전세를 선택할 경우 서울 월세 전환율(전세를 월세로 전환했을 때 내야 할 연간 임대료) 6.68%를 적용받아 334만원(월 약 27만8000원)을 내야 한다.
하지만 집주인 담보대출에 대한 이자는 200만원(월 약 16만7000원)만 내면 된다.
언뜻 보면 집주인이나 세입자 모두 혜택을 보는 것처럼 생각되나 실제로 정부의 의도대로 시장이 움직일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우선 집주인이 번거로운 담보대출을 통해 오른 전셋값을 충당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세입자 입장에서도 매달 이자를 낸다는 것은 기존 전세에서 사실상 반전세로 바뀌는 셈이다.
조은상 닥터아파트 리서치팀장은 "다주택자인 민간 임대사업자가 월 10만원가량을 아끼기 위해 각종 서류를 구비해 대출을 받는 수고를 들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최근 전세시장은 집주인이 절대적 우위에 있기 때문에 원하는 보증금에 맞는 세입자를 구하면 그만"이라고 설명했다.
임차보증금 반환청구권 양도 방식의 경우 연 소득 5000만원의 부부가 2억원짜리 전세계약을 위해 이 제도를 이용하면 연간 800만원(연 금리 4% 적용)의 이자를 지불해야 한다. 신용대출(연 6.5%) 1300만원, 전세대출(연 4.5%) 900만원보다 연간 100만원에서 최대 500만원까지 아낄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미 국민주택기금을 통해 지원하는 근로자·서민전세자금은 서울·수도권의 경우 최대 1억원까지 연 3.3%의 금리로 대출이 가능해 정작 서민에게는 크게 매력적이지 않다는 분석이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은 "최근 전세시장의 비정상적인 현상은 매매로 전환하지 않는 수요자들이 많기 때문"이라며 "이미 서민을 위한 전세대출 상품이 있는데 구매력이 있는 세입자에게 계속 전세자금 지원을 해줄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금융권의 반응도 심드렁하다.
시중은행 부동산담당 직원은 "현재 우선변제권을 부여받을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겠다는 방침만 정해졌고 출시될 상품의 대출금리 등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정부와 협의 중"이라며 "이용자가 많아야 은행간에도 경쟁적으로 상품을 홍보할텐데 그만큼 매력이 있는 것인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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