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단골고객이 있지만 너무 적은 데다 소비규모도 예전같지 않죠. 대기업 계열업체는 브랜드 네임 때문에 그런대로 손님이 있지만 중소업체는 그렇지 않아요."(서울 강남구 논현동 가구거리 자영업자)
건설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부동산중개·이사·인테리어·가구업 등 관련업계에 종사하는 중소 자영업자들까지 무더기로 생존권 위협을 받고 있다. 장사를 그만두는 것은 물론 심지어 길거리로 내몰리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건축설계사무소당 평균 계약건수는 연 3건에 불과했다. 또 7000개에서 최대 1만개로 추정되는 국내 건축설계사무소 중 15% 이상이 문을 닫은 것으로 알려졌다. 1인 사무소를 비롯해 폐업신고를 제때 하지 않는 곳이 많은 것을 감안하면 실제로 문을 닫은 업체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한건축사협회 관계자는 "협회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회원사들이 많은데 큰 도움을 주지 못해 씁쓸하다"고 밝혔다.
건설시장의 불황은 부동산정보업체로도 번졌다.
부동산1번지(구 스피드뱅크)는 홈페이지 서버 비용을 지불하지 못해 지난 4월부터 영업이 중단됐다. 이곳은 지난해 매출 9억원으로 전년 대비 80% 급감했다.
미래에셋그룹 소속인 부동산114도 같은 기간 42% 감소한 8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인력 감축을 단행한 업체도 여럿이다.
한 정보업체 관계자는 "거래절벽인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느냐"며 "대책이 나올 때 거래가 반짝 늘었다가 제자리걸음으로 돌아오는 상황이 반복되고, 이는 중개자 역할을 하는 정보업체의 실적과 직결되기 때문에 힘들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지역 아파트 거래량은 1837건으로 한 달새 무려 80%가 줄었다. 이로 인해 부동산중개사무소의 경영난뿐 아니라 인테리어, 이사업종 등 연관 산업의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불황에 신음하는 건 골목상권뿐만이 아니다. 명품가구로 즐비한 논현동 가구거리도 한산하기 이를 데 없다. 비수기인 점을 감안해도 마찬가지다.
한 독일 수입가구 매장 운영자는 "최근 몇 년간 연간 매출이 10%씩 감소했다. 상황이 나쁜 곳은 40% 역신장을 기록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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