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남양유업과 피해자대리점협의회 간 최종 협상이 타결되며 남양유업 사태는 일단락된 상황이다. 다만 남양유업 방지법이 국회에서 논의 중이고, 김웅 남양유업 대표를 포함한 임직원 6명이 불구속 기소돼 아직 숙제가 남아 있다.
식품업계에서 시작된 갑의 횡포 논란은 화장품 가맹점·편의점·대형마트·백화점 등 다른 업종으로 불똥이 튀었다. 이에 유통업체들은 저마다 갑을관계 개선안 짜내기에 진땀을 흘렸다.
◆ 백화점 "계약서 갑을 문구 제거"… 대형마트, 협력사 핫라인 구축
대형 유통업체 관계자는 "갑을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대기업들이 과거 관행처럼 여겼던 불공정행위에 대해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은 남양유업 사태 직후 협력사와 체결하는 모든 거래계약서에서 '갑을'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기로 결정했다. '갑을'이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나타내는 의미로 변질됐다는 이유에서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2001년부터 이 같은 명칭을 쓰지 않고 '구매자와 공급자', '임대인과 임차인' 등으로 사용 중이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일부 점포에서 운영하던 판매사원 고충상담실을 '힐링센터'로 개선했다.
대형마트들은 협력사와의 핫라인을 구축해 소통에 힘썼다. 이마트는 매입본부 최상급자인 본부장이 협력회사의 고충을 듣고 직접 문제 해결에 나서는 협력회사 신문고 제도를 도입했다. 롯데마트 역시 협력사측이 대표이사에게 불공정한 행위를 직접 신고할 수 있는 핫라인을 운영 중이다.
◆ 중도 폐점 위약금 면제… 편의점 상생안 잇따라
잇단 가맹점주들의 자살로 인해 갑의 횡포의 중심에 서 있던 편의점에도 지난 석 달 새 많은 변화가 있었다.
우선 한국편의점협회와 BGF리테일(CU)·GS리테일(GS25)·코리아세븐(세븐일레븐&바이더웨이)·한국미니스톱(미니스톱) 등 소속 회원사들은 업체별로 사전 자율분쟁 해결센터를 설치했다. 가맹계약 및 운영에 관한 피해를 예방하고 본사와 가맹점주 간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서다.
업체마다 다양한 상생방안도 내놓았다.
BGF리테일은 재정적 기반이 약한 가맹점주들의 안정적인 사업 운영과 경쟁력 향상을 위해 상생 협력 펀드를 도입했다. 또 원활한 인력 수급을 돕기 위해 스태프 장학금 제도도 시행키로 했다. 이외에 계약 체결 후 3일 이내에 절차상 이상 유무를 본사가 먼저 확인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코리아세븐 역시 가맹점주들을 위한 제도개선안과 상생기금 운영 등 다양한 복지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가맹계약제도 및 운영시스템 개선에 점주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상생협의체도 구성했다. 특히 수익이 낮은 점포 500곳을 선정해 우선 정리하기로 결정했다. 낮은 매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맹점주들에 대해선 위약금을 전액 면제시켰다.
◆ 프랜차이즈법 지정… 남양유업 방지법 국회 대기
갑의 횡포를 막기 위한 법안들도 잇따라 논의됐다.
앞서 지난 7월 2일 일명 프랜차이즈법으로 불리는 '가맹사업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기존 가맹본부가 예상 매출을 부풀렸을 경우 처벌하지 못했지만, 이 개정안에 따라 가맹본부를 허위·과장광고 혐의로 형사처벌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와 함께 가맹본부가 기대수익을 정당한 근거 없이 확대했을 경우 가맹본부에 부과하던 벌금을 두 배로 늘렸다. 이외에 심야영업 시간대 매출 저하로 심야영업이 불필요하다는 것이 인정될 경우 이를 강요하지 못하도록 했다.
지난 임시국회에서 처리가 무산됐던 남양유업 방지법(대리점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 또한 대기 중이다.
이 법안에는 △대리점 거래의 정의를 명확히 해 하도급업·대규모유통업·가맹사업 거래와 구별하고 법 적용대상을 명확히 함 △정보공개서의 제공 의무화 △대리점 본사의 정당한 이유 없는 계약해지 금지 △ 과징금제도 도입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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