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인 어제로 금융실명제 도입 2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당시 금융거래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전환점이었다는 평가를 받던 금융실명제가, 최근 현실에 맞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에 관한 소식, 글로 쓰고 발로 뛰는 글로발 기자, 아주경제 장슬기 기자와 함께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앵커) 안녕하세요. 올해 만 20돌을 맞은 금융실명제, 정확히 어떤 제도죠?
기자) 금융실명제는 지난 1993년 8월 12일 김영삼 전 대통령의 긴급 명령 발동으로 도입된 제도인데요. 음성적인 금융거래를 막기 위해 은행 예금 등의 금융거래 시에 가명이나 무기명 거래를 허용하지 않고 실제 명의로만 거래하도록 한 제도입니다.
앵커) 그 당시에는 개혁적인 변화였을텐데, 당시에 그런 제도가 도입되면서 금융권에 혼란은 없었나요?
기자) 단기적으로는 예상대로 충격이 큰 편이였는데요, 발표 후 이틀 동안 증시는 하한가로 치달았고, 거래대금도 평소 10분의 일로 줄었습니다. 하지만 증시도 6일 만에 정상을 되찾는 등, 상대적으로 빠르게 수습되었는데요. 특히 초반 두 달 간의 실명전환 의무기간 동안에 금융사 전체 가명계좌의 96%가 실명 전환되고, 전환된 계좌 금액 규모만 2조7500원에 달했습니다. 이런 대대적인 변화에 비하면 충격은 짧았다고 할 수도 있죠.
앵커) 확실히 그 정도 규모면 세원 확보 등에 큰 이득이 있었을 것 같아요.
기자) 네. 세수 확보에도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또 아무래도 실명제를 도입하다보니 금융거래의 투명성을 확대할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비실명계좌의 실명확인 없는 인출이 금지되고, 3000만원 이상을 인출할 때에는 국세청 통보가 의무화되자, 그에 따른 자금 출처 조사도 가능하게 됐습니다.
앵커) 하지만 20년이 흐른 지금, 실명제법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데요.
기자) 네. 현제 가장 떠오르고 있는 이슈인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재산은닉이나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비자금 사건 등에 어김없이 떠오르는 차명계좌 때문입니다. 현재 실명제법은 ‘차명도 실명’이라는 느슨한 원칙에 따라 합의에 의한 차명거래는 막고 있지 않는데요. 이 때문에 악용되는 차명계좌에 지하경제 양성화와 투명한 금융거래 보장 등 금융실명제의 취지 자체가 퇴색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정치권에서는 일부 의원들이 차명계좌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하거나 준비 중에 있습니다.
앵커) 그렇게 본다면 당연히 폐지해야 하겠지만, 차명계좌가 허용되어 왔던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기자) 네 맞습니다. 제도 개선 당시에도, 합의에 따른 차명계좌, 즉 ‘선의의 차명계좌’들이 많아 차명거래를 허용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하는데요. 동창회나 친목 모임 등에서 만든 계좌나, 부모가 자식의 이름으로 만드는 통장 등 이런 ‘선의의 차명계좌’ 이에 해당합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정부나 은행권에서는 차명계좌 전면금지의 부작용을 걱정하고 있는데요. 악용된 사례들 때문에 ‘선의의 차명계좌’들까지 불법 시비에 휘말리게 된다는 겁니다.
앵커) 그럼 차명계좌를 원칙적으로 전면금지하기에는 좀 어렵겠네요.
기자) 네. 부작용이 많이 예상되는 만큼, 전면금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입니다. 또한 현실적으로도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데요. 금융회사 직원이 거래 단계에서 차명 여부를 알기 힘들어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현실성을 떠나 금지가 된다고 해도, 또한 금융범죄가 은행을 피해 현찰 중심으로 이뤄지거나 더욱 은밀한 편법이 등장해 지하경제 양성화에도 별 도움이 안 될거라는 예상과, 돈을 은행에 맡기지 않고 장롱속에 보관해 사회경제적 비용이 늘어날 거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전면금지’보다는 새로운 방법을 강구해 보는 것이 더 현실적일 수도 있겠네요.
기자) 네. 그래서 금융연구원과 금융위원회 등은 이와 관련한 문제에 대해 정책토론회를 열고 다양한 해법 등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원칙적으로 차명계좌를 금지하되 예외를 허용하는 등의 법기술적인 문제들도 논의될 전망입니다.
10년이면 금수강산도 변한다는데, 만 스무돌을 맞이한 금융실명제 제도도 변한 현실에 적합한 제도 개선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선의 차원에서 규제를 하지 않았던 '차명계좌' 제도를 악용해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지금,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실효성 있는 방안이 제기되길 기대해 보겠습니다. 오늘 준비한 정보는 여기까지고요. 다음주에 더 새로운 정보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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