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 70% 프로젝트는 박근혜 정부가 출범 당시 내건 경제부흥·국민행복·문화융성·평화통일 등 4대 국정기조와 140개 국정과제의 본류를 이루는 키워드다. 134조5000억원의 재원조달도 모두 중산층 복원과 맞물린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가 수치로 목표를 정한 것은 중산층 70%와 고용률 70% 두 가지밖에 없다"며 "모든 부처 정책이 이에 초점이 맞춰져야 정책이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만큼 중산층은 새 정부의 5년 행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재원인 셈이다. 그러나 최근 정부의 행보를 보면 초기에 내건 중산층에 대한 정책이 실종된 모습이다.
중산층 복원을 모토로 시작한 4·1 부동산 대책은 답보상태에 빠졌다. 9조4000억원을 투입한 행복주택은 예산문제로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의 힘겨루기가 이어지고 있다. 철도부지 위에 짓겠다던 행복주택은 시행 첫해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부동산시장은 전셋값이 폭등하며 중산층을 압박하고 있다. 7~8월은 취득세 인하에 대한 기대감으로 매물이 뚝 끊겼다. 거래절벽 현상이 심화하면서 중산층의 전셋값 대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번엔 세법이 발목을 붙잡고 있다. 총급여 3450만원 이상 근로소득자 434만명이 세금을 더 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번 세법 개정안으로 인해 중산층의 세금 부담이 높아지게 됐다. 일각에서는 유리지갑을 털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될 만큼 곳곳에서 파열음이 일고 있다.
이처럼 중산층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는 것은 정부와 국민의 중산층에 대한 시각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정한 중산층 기준은 중위소득 50~150%인 가구를 말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중산층 70% 복원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 70%의 비율을 산정할 때 쓰이는 중산층 기준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2년 이 기준을 적용했을 때 우리나라 중산층은 소득 2713만~4873만원 가구가 해당된다.
반면 국민이 체감하는 중산층은 4인 가구 기준 월소득 494만원, 연봉 약 6000만원을 넘어야 스스로를 중산층으로 보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0.1%가 '나는 저소득층'이라고 답했다.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느끼는 사람은 46.4%에 불과했다. 정책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는 것도 정부와 국민의 시각차가 크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의 중산층 정책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빈곤층에 대한 지원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우리나라 소득 분포의 문제가 중산층보다 빈곤층에 원인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이번 세법 개정안에서 상위 28%를 제외한 나머지 3000만원 이하 소득계층의 분포는 66.6%다. 1000만원 미만이 435만8000명으로 전체 근로소득자의 28.2%를 차지한다. 반면 정부가 규정한 3450만~5500만원 사이는 전체 근로소득자의 22.6%에 불과하다.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정부는 소득재분배 정책을 고소득자로부터 세금을 걷어 저소득자를 지원해 저소득층을 중산층으로 끌어올리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현재와 같이 중산층의 허리를 죄는 세법으로는 정부의 중산층 복원 프로젝트가 실효성을 거둘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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