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서울 명일동 소재 전용면적 84㎡ 아파트에 거주하는 김모(60)씨는 최근 집주인으로부터 전세금을 한꺼번에 1억원 이상 올리겠다는 연락을 받고 고민이 많다. 김씨는 한없이 오르는 전셋값 때문에 교통이 불편하더라도 서울 변두리쪽의 싼 전셋집을 알아보고 있다.
'미친 전셋값'이라는 표현대로 전셋값이 폭등하면서 낡고 오래된 재건축 아파트나 서울 내 2억원 이하의 '착한' 전셋집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대체로 인근 전셋값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곳이 많기 때문에 낡고 허름하거나 지하철역 등에서 먼 불편쯤은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인근 전셋값 절반 수준 재건축 아파트 노려볼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전셋값으로 인해 재건축 아파트 전셋집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아직 재건축 추진위원회 단계인 반포경남아파트의 전용면적 72㎡의 전셋값은 2억7000만~3억원 선인 반면 인근 반포힐스테이트 전용 59㎡의 경우 6억5000만~6억8000만원 선이다. 바로 옆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59㎡의 전셋값은 7억원을 넘는다.
특히 강남권(강남·서초·송파구)은 마씨의 경우처럼 자녀 교육문제로 재건축 아파트 전셋집을 구하는 사람들이 많다.
잠실동 주공5단지 역시 전용 82㎡ 전셋값이 3억원 안팎이다. 이에비해 바로 옆 신축 아파트인 리센츠 전용 85㎡ 전셋값은 6억~6억5000만원 선이다. 이곳 세입자인 강모씨(36)는 "재건축 아파트 전세는 집주인의 사정에 따라 더욱 저렴하게 나오는 매물도 있고 수리가 잘된 집은 사는 데 크게 불편하지 않을 정도는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재건축 아파트의 전셋집을 구할 경우 따져봐야 할 것이 많다고 조언한다.
우선 해당 재건축 아파트의 사업 진행속도를 확인하고 거주 예정기간 안에 이주하지 않아도 되는지 살펴야 한다. 재건축 사업의 경우 진행 단계에 따라 3~10년까지 걸리기 때문이다.
또 주거비용을 아끼기 위해 재건축 아파트 전셋집을 찾는 경우라면 관리비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재건축 아파트는 시설이 노후돼 난방비 등 관리비가 많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시내 2억원 이하 전셋집도 눈길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시내에서도 전셋값 2억원 미만으로 전용 48㎡ 이상의 저렴한 단지를 찾을 수 있다.
서울 아파트(주상복합 포함) 1억원 미만 전셋집이 지난 2008년 이후 3분의 1로 줄었지만 발품을 팔면 착한 전셋집을 구할 수 있다.
오류동 길훈아파트 전용 53㎡는 전셋값이 6500만원 선으로 1억원이 채 안된다. 이 아파트는 1986년 12월 입주를 시작해 지어진 지 27년 됐다. 양천구 신정동 수정아파트 전용 48㎡도 7250만원 전후다. 용산구 이촌동 강변아파트 전용 79㎡의 경우 9000만원대에 전셋집을 구할 수 있다.
전셋값 1억~1억5000만원 단지를 찾는 발길도 많다.
노원구 상계동 한신2차아파트 전용 45㎡는 전셋값 1억250만원 전후로 계약이 가능하다. 도봉구 창동 신창아파트 전용 49㎡는 전셋값이 1억1000만원 선이다.
이같은 단지들은 서울 시내 아파트치고는 전셋값이 저렴하지만 200가구 안팎의 나홀로 아파트여서 교통 등이 다소 불편해 계약 전 직접 찾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팀장은 "재건축 아파트는 낡았기 때문에 새로 지으려는 곳이다 보니 높은 관리비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며 "단순히 전셋값이 싼 점에 집중하기 보다는 주거환경 및 거주목적 등도 분명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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