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30도를 웃도는 불볕더위가 전통시장 상인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는 날씨에 전통시장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50여일 이어진 장마에 이어 폭염에 잇따라 발목을 잡힌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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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광장시장 |
실제로 최고 기온이 33도에 육박했던 지난 13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의 광장시장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뜸했다. 상인들과 고객의 수가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나마 시장을 찾은 이들 가운데 절반은 외국인 관광객이었다. 물건을 구매하는 사람들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한 생선 가게 주인은 "지난달부터 물건을 구매하는 고객이 10분의 1로 줄었다"면서 "생선은 빨리 못 팔면 버려야 하는데 걱정이다"며 한숨만 내쉬었다.
이 주인은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얼음값도 안 나오는 상황"이라며 볼멘소리를 냈다.
상황이 이렇자 상인들은 무더위와 답답한 마음에 연신 부채질만 했다. 장사가 안 되니 선풍기를 돌리는 전기값도 아끼겠다는 마음에서다.
떡볶이·순대·족발 등을 파는 할머니가 더위에 못 이겨 노점 한편에서 조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일부 점포는 아예 문을 닫고 휴가를 떠났다.
바로 옆 중구에 위치한 건어물 도매시장인 중부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곳 상인들 역시 파리만 쫓고 있었다. 일부 상인들은 자신의 점포를 비우고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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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중부시장 |
한 상인은 "이 곳에서만 십년 넘게 장사했는데 이렇게 사람이 없긴 처음이다"고 토로했다.
그나마 이 곳 두 사장은 햇빛가리개가 있어서 상대적으로 사정이 나은 편이었다. 가리개 조차 없는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한 시장의 경우 따가운 햇볕을 사람들이 그대로 받고 있었다. 한낮의 거리는 한산했다. 상인들 조차 그늘 밖으로 나오기 힘들어하는 눈치였다.
반대로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심야에 대형마트를 찾는 이들은 늘어나고 있다. 대형마트에서 만난 주부 임순희씨는 "날씨가 너무 더워서 가끔 가던 전통시장을 이달 들어 한 번도 찾지 않고 있다"며 "대형마트는 시원해 장을 보기 편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추석까지 폭염이 지속된다는 점이다. 기상청은 9월 중순까지 평균 30도가 넘는 무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명절 대목을 앞두고 전통시장 상인들에게 악재가 더해진 것이다.
시장경영진흥원에 따르면 전통시장의 7월 업황전망 경기동향지수는 65.3으로 전달보다 18.7포인트 하락했다. 지난 4월 100을 넘긴 이후 5월부터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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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동대문시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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