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비핵화 논의는 이미 해결된 문제"

  • "중국식 자본주의, 서구자본주의의 대안체도 될 수 있다"<br/>황병태 前 ㄷ주중대사 인터뷰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2013년 6월 7일. 중국의 5세대 지도부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만났다. 이들은 15시간 간의 대화에서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 한 목소리를 냈다. 이 자리에서 양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제외하고는 어떠한 의제에도 합의하지 못했다.

오는 24일로 한·중 수교 21주년을 맞는 한국과 중국에 과거 20년과 다른 새로운 서막이 열리고 있다. 미·중 간 가장 큰 변수였던 북한문제에 합의한 이상 한·중관계는 종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상황이 이어지고 있음을 감안해서다.

지난 14일 서울 논현동 사무실에서 만난 황병태 전 주중국대사(78)는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논의는 이미 끝났다. 한반도 통일문제에 대해 중국과 논의하는 문제만 남았다"고 전제한 뒤 "이미 (북한) 비핵화 문제에 대해서는 중국도 미국도 모두 끝났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미 미·중이 북한 비핵화에 합의해 손을 맞잡은 이상 비핵화는 이미 '해결된 문제'라는 그의 확신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중수교 후 1993년 주중대사로 부임해 장쩌민(江澤民) 당시 중국 국가주석에게 '영원한 주중대사'로 불린 황 전 대사는 중국문제에 천착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식 국가자본주의에 주목한 저서 '침몰하는 자본주의'를 펴내기도 했다.

그는 "경제는 기능적인 학문이 아니라 인문사회학이 되어야 한다"며 "금융자본주의 1인 시장을 떠나 중국식 자본주의의 긍정성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렇다면 중국식 자본주의가 서구식 자본주의의 대안이라는 이야기일까.

황 전 대사는 "현재 서구 자본주의가 사회주의의 도전을 받는 게 아니라 그 자체로 내부의 도전을 받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국가 주도 자본주의를 모든 학자들이 변종이라고 본다. 종국에는 시장경제로 넘어오든가 다시 공산경제로 회귀할 것으로 본다"면서 "하지만 개인적으로 중국식 자본주의는 생명력이 있을 뿐 아니라 서구 자본주의의 대안체제도 될 수 있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중국은 사회주의 체제 하에서 자본주의를 도입했는데, 이에 대해 성공 여부를 논의하기보다 세계 경제가 중국으로 흡수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며 "중국식 자본주의로부터 지배되고 있는 게 아닌가도 싶다"고 조심스러운 전망을 했다.

한마디로 중국식 자본주의는 가파른 중국 경제성장에 맞춰 대성(大成)하고 있어 사회주의와 자본주의가 결합한 것인지, 또 중국 체제에 맞는 것인지 여부를 넘어서 향후 중국식 자본주의의 향방을 내다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14일 때마침 남북이 개성공단 정상화에 합의했다. 이를 두고 황 대사는 "당연한 수순을 북한이 밟고 있는 것"이라며 "미·중이 손을 잡은 이상 북한으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황 전 대사가 장쩌민 주석으로부터 '영원한 주중대사'란 칭호를 받은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황 전 대사는 "당시 주중대사로 부임해보니 우리의 목표는 중국과 보통국가가 되는 것이었다"며 "당시 통상대표부의 성격을 띠고 있었던 대한민국 대사관과 정상적인 국가관계가 돼야만 북한문제를 비롯한 여러 가지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고 판단해 중국에 북한문제에 관해 미국과 중국을 동시에 대하겠다며 등거리 외교를 선포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로 인해 국내에서 한 달가량 보수언론의 집중공격은 물론 정치판으로부터의 뭇매도 피할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황 전 대사는 "한 달 동안 국내에서는 좀 시끄러웠지만 그로 인해 중국이 내면(內面)국가로 인식했던 북한을 객관적인 국가로 인정, 북한에 대한 국제적 논의를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 회의가 바로 6자회담이다.

균형외교를 강조했던 그에게 장쩌민 주석이 '영원한 주중대사'란 극찬을 했고, 그때부터 한·중은 북한문제를 직접 얘기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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