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회사의 여신이 부실화될 경우 은행권이 추가로 적립해야 하는 대손충당금만 1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18일 예금보험공사 리스크관리부의 김성훈 선임조사역과 한선아 조사역은 보고서를 통해 "지난 2008년 이후 올해 6월 말까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해운사는 현재 절차를 밟고 있는 STX팬오션, 대한해운, 봉신, 동건해운을 포함해 11곳"이라며 "회생절차 없이 문을 닫은 해운사도 무려 41개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보고서는 이들 중 데이터를 확보한 34개 부실 해운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총 22개사가 이자보상배율, 매출액영업이익률, 차입금의존도 등 8개 재무비율 지표에서 4개 이상 임계치를 이탈한 고위험 해운사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이들 22곳의 여신규모는 총 2조600억원으로 은행권에만 1조1800억원(57.5%)이 물려 있다.
금융회사 여신은 자산건전성 정도에 따라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5단계로, '고정' 이하로는 모두 부실채권으로 분류된다. 고위험군에서 현재 회생절차를 진행 중인 4곳을 뺀 18개 해운사 여신은 모두 '정상'이다. 문제는 해운업종 부진으로 이들 '정상' 여신이 부실화될 경우다.
고위험군의 여신규모는 1조2300억원으로 은행권에만 7433억원이 포진돼 있다. 보고서는 "이들 여신이 '고정'으로 분류되면 은행권은 최소 1486억원을 대손충당금 및 대손준비금으로 추가 적립해야 할 것"이라며 부실 정도에 따라 적립금은 더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또한 보고서는 "고위험 해운사의 여신이 '고정이하'로 변경되면 은행권의 기업 여신에 대한 고정이하 여신 비율은 0.08%포인트 오를 것"이라고도 분석했다. 금융감독원 통계상 2분기 현재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비율(고정이하 여신 비율)은 1.73%로 이미 2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보고서는 "은행권의 총 여신규모 818조2377억원(3월 말 기준) 중 고위험군 해운사 여신의 비중은 0.09%로 미미하다"면서 "고위험군이 부실화되더라도 은행권이 받을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보고서는 6조1000억원(7월 기준)의 국내 빅4 해운사 회사채 발행액과 올해 중 만기도래 금액이 5500억원 수준인 점,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 구조조정 선박펀드를 통해 매각한 33척의 선박(4700억원 규모)의 재매입 가능성 등을 추가 위험요인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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