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표 대표적 서민 교통정책으로 꼽히는 심야버스 확대 운행이 늦춰지면서 시민 편의가 외면받고 있다.
18일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얼마 전 택시업계 측에서 내부 사정, 즉 임단협(임금단체협상) 중임을 들어 심야버스 확대와 관련한 시행시기를 일부 늦춰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늘어날 노선이나 투입 차량 규모는 확정됐지만 그들의 제안에도 일리가 있어 발표를 잠시 미룬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가 심야버스 노선을 서둘러 늘려달라는 시민들의 줄기찬 요구에도 이해 당사자인 택시업계의 눈치만 보고 있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또 "4년째 동결된 요금 조정이나 서비스 및 처우개선, 심야버스로 인한 승객 감소 등으로 시정과 사사건건 부딪히고 있는 상황이다. 상대가 택시업계라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 4월 19일 강서~중랑(N26), 은평~송파(N37) 2개 노선에 도입된 심야버스는 자정부터 오전 5시까지 대중교통의 공백을 메우고 있다.
운행 두 달 만에 이용객은 10만명을 넘어 7월 말까지 총 21만8212명(N26 12만1157명, N37 9만7055명)이 탄 것으로 집계됐다. 평균적으로 하루에 2000명이 이용할 만큼 인기가 높다.
이에 서울시는 앞서 7월을 목표로 노선 추가와 함께 정상운행을 계획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감감무소식이다. 윤곽은 벌써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재 9월 이후 구체화시키겠다는 게 서울시의 입장이다.
서울시가 공공정책에 제동을 건 택시업계의 무리한 요구를 거부하지 못한 것은 껄끄러운 관계 탓이다.
서울택시운송사업조합 등은 2009년 조정된 기본요금 2400원의 3000원대 인상을 줄곧 건의했지만 시는 지속적으로 반려하고 있다. 시가 업계 종사자들의 요금인상 요구에는 귀를 막으면서 승차거부 차단 등 서비스 질 개선을 권고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심야시간 유일한 교통수단이던 택시를 심야버스가 대신하면서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졌다. 박봉에 시달리는 택시기사들의 '밥 그릇'을 서울시가 빼앗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택시조합 측은 "광역버스는 물론이고 지하철도 밤 늦도록 다니는데 심야버스가 더해지며 타격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