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태구 기자=잘 나가는 수입차 업체 최고 경영자(CEO)가 국내 완성차 업체로 자리를 옮겼다. 직급은 사장에서 부사장으로 내려갔다. 박동훈 전 폭스바겐 코리아 사장 이야기다.
19일 르노삼성에 따르면 박동훈 전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이 르노삼성의 신임 영업본부장(부사장)으로 영입됐다. 정식 발령일은 다음달 1일이다. 수입차 업체를 이끌던 최고경영자가 국내 완성차 업체로 옮기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박 신임 영업본부장은 BMW코리아 김효준 사장, 혼다코리아의 정우영 사장 등과 더불어 국내 수입차 업계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지난 2001년 고진모터임포트 부사장으로 수입차 업계에 뛰어든 뒤 2005년부터 8년간폭스바겐 코리아를 이끌었다. 2008년부터는 7~8대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회장도 역임했다.
박 신임 영업본부장은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으로 재직하면서 판매대수를 11배 늘렸다. 지난 2005년 1635대이던 판매대수는 지난해 1만8395대로 급증했다. 지난 7월에는 2696대를 판매해 사상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7월까지 판매한 대수만 하더라도 지난해보다 15% 늘어난 1만3000여대다. 최근에는 준중형 해치백 7세대 골프의 인기에 힘입어 7월에는 벤츠를 제치고 수입차 업계 2위에 올랐다.
박 신임 영업본부장은 “새로운 도전을 해야겠다는 결정을 내리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폭스바겐 브랜드 자체의 매력과 더불어 지사 설립 이후 지난 8년간 성공과 성취감을 안겨주었다는 이유에서 더욱 그러했다"며 "하지만 이제 그 동안 쌓아온 자동차 산업에서의 노하우를 또 다른 곳에서 활용해 볼 시간이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른바 잘 나가는 수입차 업체에서, 그것도 수장이 갑자기 국내 완성차 업체로 옮긴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오죽하면 사장이 회사를 떠났겠냐는 목소리다. 최근 폭스바겐코리아에서는 전체 인원의 10%에 달하는 직원이 차례로 회사를 떠났다. 이들의 떠난 이유는 대부분 독일 본사에서 온 임원들과의 마찰로 인한 스트레스가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신임 본부장도 이와는 무관치 않다는 목소리다.
폭스바겐에서는 큰 동력을 잃었지만 르노삼성으로서는 재도약을 위한 적임자를 찾았다는 평가다. 이를 위해 박 신임 영업본부장에게 힘도 실어줄 계획이다. 르노삼성측은 박 신임 영업본부장에게 르노삼성 국내 영업 및 마케팅 등 제조 부문을 제외한 전 영역에 대한 전권을 위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신임 박 본부장의 영입을 통해 최근 SM5 TCE와 SM5 플래티넘을 비롯한 제품의 판매 호조세를 이어가고 영업 조직을 강화해 고객의 기대에 더욱 충실히 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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