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전운 기자 = 에너지음료의 굴욕이 시작됐다.
최근 2~3년 동안 가파르게 성장하며 국내 음료시장의 트렌드를 바꿨던 에너지음료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에너지음료 시장은 카페인 논란 등으로 크게 축소된 이후 극성수기인 최근까지도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해마다 100% 이상 시장이 성장하자 음료 대기업들이 제조·판매에 뛰어들었던 모습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지난해 국내 에너지음료 시장 규모는 1020억원 수준이다. 2011년 300억원 수준이었던 것에 비하면 폭발적인 상승세다.
지난 2010년 롯데칠성의 핫식스와 동서식품이 수입한 레드불이 양대산맥을 이룬 후 코카콜라(번 인텐스), 웅진식품(락스타), 해태음료(볼트에너지) 등이 가세하면서 시장이 커졌다. 일부 식품업체와 중소기업들도 시장에 진입하면서 사실상 '에너지음료 전성시대'를 실감케 했다.
올해도 이 같은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점쳐졌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한국소비자보호원이 에너지음료의 카페인 함량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카페인 논란'에 휩싸인 에너지음료 시장은 사실상 내리막을 걷기 시작했다.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8월까지 성장률을 보였던 에너지음료는 9월에 들어서면서 차츰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였다.
세븐일레븐에서 판매량 1위인 핫식스는 지난해 8월 전월 대비 6.2%의 성장률을 보였으나 9월부터는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특히 10월에는 17%나 감소하더니 11월 45%, 12월 22%의 감소세를 보였다.
이후 올해 1월과 2월에도 별다른 반등을 보이지 못하고 3월과 4월 학생들의 개학이 시작되면서 20% 안팎의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정작 극성수기인 6월에는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레드불도 지난해 8월부터 내리막을 걷기 시작하더니 지난해 11월에는 30% 가까이 떨어졌다. 지난 1월에 가격을 내리면서 반등 기회를 맞기도 했지만 2월에 40% 가까이 판매량이 하락하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편의점 CU와 GS25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코카콜라의 번 인텐스와 웅진식품의 락스타 역시 개학으로 반짝 특수를 누리고 있을 뿐 뚜렷한 상승세를 맞지 못하고 있다.
음료업계 관계자는 "2~3년 지속돼 온 에너지음료 열풍은 이제 끝났다고 봐야 한다"며 "예거밤 등 에너지음료를 섞어먹는 음주문화가 줄고 카페인 논란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여 매출 하락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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