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관계, 북 비핵화 넘어 한반도 통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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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8-19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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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 "미국의 쇠퇴로 동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안보공약이 약해질 경우 한국은 중국의 지역 주도권을 인정하고 중국에 안보를 의존하게 될 수 있다." 미국 지미 카터 행정부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즈비그뉴 브레진스키가 쓴 '전략적 비전'의 일부다.

지난 6월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을 둘러싼 한반도 정세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같은 상황은 황병태 전 주중대사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논의는 이미 끝났다. 이제 한반도 통일문제에 대해 중국과 논의하는 문제만 남았다. 비핵화 문제에 대해서는 중국도 미국도 모두 끝났다고 본다"고 말한 데서도 쉽게 미뤄 짐작할 수 있다.

미·중이 북한 비핵화에 합의해 손을 맞잡은 이상 비핵화는 이미 '해결된 문제'이며 향후 한·중관계에서의 화두는 '한반도 통일'이라는 게 황 전 대사의 지론이다. 한국과 중국의 관계에서 '초대형 변수'로 작용했던 '북한 변수'가 사라졌다는 얘기다..

그러나 한·중간 통일을 논하기에는 양국의 활발한 인적교류와 경제협력의 스포트라이트 뒤에 '안보 불신'이라는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이 거대한 장벽에 둘러싸인 양국관계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군사협력'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 아닐까.

중국의 5세대 지도부인 시진핑 체제가 들어선 이후 시진핑의 '중궈멍(中國夢)'과 미국의 '아시아 중시' 전략이 공조와 갈등의 변주곡을 울리고 있는 지금, 통일 한국을 바라보는 중국의 가상 시나리오는 무엇일까.

◆중국은 성장기 지나 형성기에 진입 중

21년. 사람으로 치면 성년을 넘기고 꿈을 이루기 위한 실질적 발판을 마련해야 할 때다.

한 중국 전문가는 한반도 통일을 바라보는 중국의 시나리오를 들며 "중국과도 강도 높은 외교·안보분야의 협력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문가는 "중국과 군사동맹을 맺는 것이 당장은 어려울 수 있을지 모르지만 우선 중국과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안보협력이 필요하다"며 "새 서막이 열리는 지금, 한반도 통일에 대한 중국의 속내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할 때"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 중국 소식통은 "중국 내부에서는 북한 비핵화 문제는 이미 논의할 시점을 넘어선 문제라는 인식이 팽배하다"며 "적극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한반도 통일에 대한 논의 준비가 어느 정도 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조심스런 관측을 했다.

사실상 지난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을 방문한 탕자쉬안(唐家璇) 전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은 우리측 정부 고위 당국자를 만나 "한국 정부가 신념과 자신감을 갖고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中이 본 한반도 통일 시나리오

중국이 그리는 한반도 통일 시나리오는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주한미군을 압록강 위까지 주둔하게 할 경우다. 이는 중국이 절대 바라지 않을 시나리오다. 한·미동맹이 향후 중국의 한반도 영향권 행사에 걸림돌이라면, 주한미군의 존재는 중국이 한반도 통일을 반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된다.

한국 주도의 통일을 반대해서가 아니라, 한반도의 미국화가 통일로 인해 더욱 심화될 것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중국은 미국이 한반도를 넘어 일본으로까지 진출하려 할 것이라고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 3·8선 이남에만 미군이 주둔할 경우다. 현재와 비슷한 상황이다. 중국이 요구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영역이다.

셋째,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유지다. 두 번째보다 강하게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통일 한국의 입장에서 미군 철수가 부여하는 의미도 클 뿐만 아니라 한·미동맹을 유지하려는 한국은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다.

마지막 시나리오는 중국이 가장 강력하게 요구할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의 폐지다. 그러나 중국이 아무리 막강한 파워를 과시한다 해도 아직 미국의 국력에 비할 바는 아닌 상황이므로 한국이 가장 부담스러워 할 시나리오다.

물론 동맹은 가치가 아닌 수단이다. 서로를 불신하는 한·중관계에서 군사협력은 쉽지 않겠지만 양국의 군사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군사협력 체결은 필요하다는 견해가 많다.

◆ "中과의 군사협력 논의 오고갔다"

한 전직 외교관은 "한·중수교 당시 중국은 이미 한국과의 군사협력에 강한 의지를 내 비친 바 있다"며 "(중국은) 적절한 시점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1954년 11월 발효된 한미상호방위조약을 기초로 미국과 동맹관계를 맺었고 이를 바탕으로 한반도의 안보상황을 관리해 왔다. 또 중국은 군사동맹과 외국군의 주둔을 허용하지도, 주둔을 하지도 않는 나라로 유명하다.

그러나 중국은 한반도에 대해선 아직 냉전이 종식되지 않은 지역임을 감안, 역사적 근원을 함께 하고 있는 한·미의 성격을 생각해 한·미동맹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대하지는 않고 있다.

다만 중국은 한·미동맹이 미·일동맹화의 길을 가는 것을 견제하고 있다. 한·미동맹이 미·일동맹에 견주어 강한 북한 억제기능을 미국이 악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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