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에서 국가 간의 갈등과 협력, 경쟁은 언제나 있는 것이지만 세 나라 사이의 갈등과 협력, 경쟁은 일본의 우경화 가속화까지 겹치면서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세 나라 사이의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는 가장 큰 요인은 아베 신조 총리 취임 이후 가속화되고 있는 일본의 우경화다.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아베 신조 총리는 지난 15일 정부 주최로 개최된 '전국전몰자추도식'에서 한 식사에서 역대 총리들이 표명해 온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가해와 반성'을 언급하지 않았다. 부전(不戰) 맹세 문구도 식사에 없었다.
NHK는 이달 초 아베 신조 총리는 헌법 해석을 담당하는 내각 법제국 장관에 '집단적 자위권' 도입에 찬성하는 고마쓰 이치로 주프랑스 대사를 임명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전임 야마모토 쓰네유키 장관은 교전권과 전쟁 포기를 규정한 헌법 9조로 인해 집단적 자위권 행사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고마쓰 이치로 내각 법제국 장관은 17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금지한 헌법 해석 변경에 대해 "일본을 둘러싼 안전보장 환경이 매우 혹독하게 됐다"며 "법제국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제국 장관은 내부 승진을 통해 임명되는 것이 관례인데 아베 신조 총리가 이런 관례를 깨면서까지 집단적 자위권 찬성론자를 장관으로 임명한 것은 집단적 자위권을 도입해 평화헌법을 무력화하려는 의지를 강력히 나타낸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집단적 자위권은 동맹국이 공격받으면 자국이 공격받은 것으로 간주해 공격할 수 있는 권리다.
일본 방위성은 이달 말 마감되는 재무성에 대한 예산 요구에서 2014회계연도(2014년 4월∼2015년 3월) 국방예산을 2013회계연도보다 2.9%(약 1400억엔) 늘어난 4조8900억엔(약 56조원)을 신청하기로 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전했다.신청한 예산안이 관철되면 일본 국방예산은 2년 연속 증가한다.
아베 신조 총리의 자문기구인 '안전보장의 법적기반 재구축에 관한 간담회'는 자위대에 대한 '포지티브 리스트'(허용 목록)를 '네거티브 리스트'(금지 목록)로 전환할 것을 제안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보고서를 내놓을 예정이라고 산케이신문은 보도했다.
자위대의 활동 범위를 자위대법에 규정되지 않은 행위를 할 수 없는 것에서 금지된 것이 아니면 허용하는 것으로 대폭 확대하자는 것이다.
또한 일본은 △공산권 국가 △유엔이 무기수출 금지한 국가 △국제분쟁 당사국 또는 그 우려가 있는 국가에 무기를 수출하는 것을 금지하는 '무기수출 3원칙'을 완화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이런 일본의 우경화 가속화는 과거 일본의 침략으로 엄청난 희생과 고통을 경험한 한국과 중국으로서는 단순히 감정적인 차원을 넘어 국가 안보의 직접적인 위협요인으로까지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우경화 가속화에 대응하기 위한 한·중 두 나라의 협력은 자연스럽게 강화되는 양상이다.
훙레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5일 일본 각료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 "일본 내각 성원이 2차 세계대전 A급 전범이 있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것은 역사적 정의와 인류의 양심에 대한 공공연한 도전으로서 중국 등 아시아 피해국 국민의 감정을 심각히 상하게 하는 것"이라며 "일본이 침략 역사의 반성 약속을 철저히 지켜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일본과 아시아 이웃 나라의 관계에는 미래가 없다"고 비판했다.
중국 외교부 류전민 부부장은 이날 오전 기테라 마사토 주중 일본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고, 중국 항공모함 랴오닝함은 이날 산둥성 칭다오의 모항에서 출항해 해상훈련에 돌입했다. 사실상의 무력시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국 박근혜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최근 상황이 한·일 양국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며 "일본은 과거 역사에서 비롯된 고통과 상처를 지금도 안고 살아가고 계신 분들에 대해 아픔을 치유할 수 있도록 책임 있고 성의 있는 조치를 기대한다"며 일본을 압박했다.
한국 외교부 조태영 대변인은 "일본 지도급 정치인들과 일부 각료들이 또 다시 제국주의 침탈의 역사를 미화하는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여러 형태로 경의를 표한 것은 이들이 여전히 역사에 눈 감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올 6월 27일 발표한 '한·중 미래비전 공동성명'에서 "양국 지도자가 긴밀히 소통하고 양국의 정부·의회·정당·학계 등 다양한 주체 간의 전략적 소통을 포괄적·다층적으로 추진해 상호 전략적 신뢰를 가일층 제고한다"며 "이를 통해 한·중관계 발전,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안정, 지역 협력 및 글로벌 이슈의 해결에도 함께 기여한다"고 약속했다.
이런 갈등·협력과는 별개로 국제사회에서, 특히 아프리카와 같은 제3세계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세 나라의 외교전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풍부한 자원과 노동력 등 높은 성장잠재력을 보유한 아프리카는 세계의 마지막 신흥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따라 세 나라 모두 지속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아프리카와의 협력 강화가 절실히 필요한 실정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 3월 취임 후 첫 외국 순방 일정으로 러시아 다음으로 아프리카 국가들(탄자니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콩고)을 방문해 아프리카 원조 확대 의지를 밝혔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올 6월 1일 요코하마에서 한 제5차 아프리카개발회의 개막 연설에서 민·관 합계 3조2000억엔(약 36조원) 규모의 아프리카 지원방안을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도 최근 아르만도 게부자 모잠비크 대통령, 요웨리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간 협력 증진방안을 논의하는 등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관계 증진을 위해 힘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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