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한미동맹 프레임 속에서 한국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못하며, 한국은 중국이 북한을 두둔하는 것을 보며 믿을 수 없는 나라로 봅니다. 이 두 개의 고리를 끊고 상호불신의 벽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앞으로의 과제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6월 한·중 정상회담은 한국이 중국과 친화태도로 돌아서는 연미화중 정책의 신호탄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그동안 불신에 갇혀있던 한·중관계의 큰 변화의 시작에 점을 찍는 것이며, 앞으로 이 점이 선을 이루도록 지속적인 소통을 해야하며 나아가 경제효과로 면을 이룰 수 있도록 양국이 더욱 긴밀히 협력해야 합니다.
지난 21년 동안 다 극복하지 못했던 역사의 단절을 완전히 복원하는 것이 양국간 최대의 과제라 하겠습니다. 서로가 다른 부분을 이해하고 생각과 가치기준을 접근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앞으로 양국의 바람직한 관계는 외교안보적 평화공존과 세력균형 속에서 경제적 이익을 나누며 친화하는 것입니다. 중국은 한국과 손잡고 한국에서 경험을 전수받으며 더불어 생존하는 방법을 강조해야 합니다. 또한 북한과 손을 잡는 것은 썩은 동아줄을 잡고 있는 것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하지만 향후 20년을 바라보면 이번 중국의 전략 변화와 전술적 수정은 한·중관계의 부정적 요소의 상당부분을 거둬들일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은 경제지도, 산업지도를 놓고 중국과의 보완적 생존관계를 위해 전략적인 마인드가 필요합니다. 앞으로 중국화가 진행될 것인데, 그 파고를 이겨내고 우리가 한발도 앞서지 못하면 경쟁력을 한없이 상실하게 됩니다. 중국 리스크는 한국에게 치명적입니다. 한·중간의 비대칭적 긴밀성, 중국 의존도에 대한 다각도의 대응방안이 필요합니다.
한∙미 동맹 하에서도 중국과 공생의 생존질서를 모색하려고 노력하고 연미화중의 자세로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하여 노력해야 합니다. 한∙미 동맹이 한국에게 필수불가결의 안전핀이지만 이로 인하여 중국과 불편한 관계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입니다.
아울러 한반도에 평화와 안정, 나아가 통일의 단계를 밟아 나가는데 있어서 중국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동아시아축의 부상과정에서 중국과 한국은 그동안의 발전경험을 공유하고 세계경제 중심으로 부상하는데 전략적으로 협력해야 합니다.
한국과 중국 사이에는 두 개의 거리가 존재하는데 그 중 하나는 가치의 거리이고 다른 하나는 기술의 거리입니다. 현대문명국가로서의 가치거리가 좁혀져야 양국간 보완적 생존관계 유지가 가능할 것입니다. 중국은 이를 위해 지구적 가치를 추구하고, 국민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사회를 발전시켜야 하며 이는 중국의 국제적 위상을 확고히 하는데 막대한 기여를 하게 될 것입니다.
중국을 중심으로 동아시아 경제 축이 부상하고 그동안 유지되었던 동북아시아 부가가치 사슬구조가 대폭 수정되는데, 이에 따른 중국과 한국의 책임 있는 위치선정이 필요하며 이 분야에 있어서 양국의 협력이 심화되어야 할 것입니다.
글: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전 산업자원부 장관·17대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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