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유희석 기자= 동남아시아 일부 나라들에 대한 금융위기 우려가 커지면서 국내 증시도 영향을 받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 불안감까지 겹치며 코스피지수는 방향성을 잃어버린 모습이다.
하지만 동남아 금융위기가 우리나라 기업들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보기술(IT)과 자동차 업종을 중심으로 투자 매력이 높아지면서 수혜가 예상된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19~23일) 코스피지수는 전주보다 2.6% 하락했다. 지난 16일부터 5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보이다 23일에야 상승세로 반전됐다. 인도 루피화 가치가 사상 최저를 기록하는 등 동남아 주요국 통화가치가 폭락하면서 아시아 증시 전반이 약세를 보였다.
코스피지수는 약세를 보였지만 외국인 자금은 계속 유입됐다. 지난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3000억원 정도의 매수 우위를 보였다. 주요 매수 종목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삼성SDI 등의 전기전자와 기아자동차와 현대모비스 등의 자동차 업종이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로 몰려든 것은 상대적으로 투자 매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금융위기설이 불거진 국가에서 빠진 외국인 투자자금이 한국과 대만 등 경제 구조가 튼튼한 곳으로 이동한 것이다.
조성준 NH농협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아시아 신흥시장에서의 외국인 자금 이탈은 이어질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경제 구조가 우수한 한국으로 외국인 자금이 유입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주요 수출 시장인 중국과 미국, 유럽의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국내 기업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중국과 유럽의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모두 경기 확장을 뜻하는 50을 넘어섰다.
조 연구원은 "특히 엔화 강세, 원화 약세로 국내 수출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남아 금융위기로 강력한 경쟁상대인 일본 기업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특히 일본 자동차 업체는 동남아 시장에서의 판매 비중이 높아 직격탄을 입을 전망이다.
HMC투자증권에 따르면 도요타자동차의 해외 판매 가운데 중국과 인도를 제외한 아시아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15.7%에 이른다. 혼다와 닛산은 각각 13.2%, 7.4%다.
특히 혼다자동차는 모터사이클 사업이 전체 영업이익의 23% 정도인데 모터사이클 판매의 74%가 금융위기 우려가 커지고 있는 인도네시아, 인도, 태국 등의 동남아시아에서 이뤄진다.
반면 현대자동차와 기아차의 아시아시장 의존도는 낮은 편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현대차의 아시아·태평양 판매비중(인도 제외)는 3.6%, 기아차는 2.6%에 불과하다. 호주를 제외하면 아시아시장 비중은 1.5%, 1.3%까지 낮아진다.
이명훈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동남아 지역의 금융위기 우려와 자동차 수요 감소는 일본 자동차업체에 큰 악재"라며 "이는 엔·달러 환율의 하향 안정세와 함께 현대차와 기아차의 상대적 매력을 높여주는 또 하나의 재료"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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