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표방하는 창조경제는 단기적 성향보다 중·장기 계획으로 우리나라 산업구조와 경쟁력의 체질을 바꾸겠다는 박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
하지만 지난 6개월간 창조경제의 행보를 보면 여전히 국민 체감이 떨어지는 모습이다. 실체가 불분명하다보니 경제 부처에서도 갈팡질팡하고 있는 것이다.
정보통신기술(ICT)을 창조경제의 핵심으로 보는 부처(미래창조과학부)가 있는 반면, 벤처·창업이 창조경제의 뿌리(산업통상자원부)라는 부처 등 개념 설정부터 제각각이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 내놓은 대책과 사업계획은 상반기에 모두 36개다. 하반기에는 두 배가 많은 64개가 추가로 발표될 예정이다. 올해만 100여개의 크고 작은 창조경제 실현 방안이 나오는 셈이다.
창조경제를 주관하는 곳은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공룡부처로 탄생한 미래창조과학부다. 미래부는 지난 6개월간 창조경제 개념을 홍보하는 등 기반 다지기에 주력해왔다. 하지만 국민이 체감할 만한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전문가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까지 창조경제의 개념이 모호하다는 반응이다. 정부도 뒤늦게 이 같은 분위기를 인식하면서 지난 6월 '창조경제 실현계획'을 발표하며 시동을 걸었다.
김기현 새누리당 정책위의장(가운데)을 비롯한 위원들이 지는 8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코넥스시장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는 간담회를 마치고 관계자들과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창조경제 실현계획에서 정의한 내용에 따르면 국민의 상상력과 창의성을 과학기술과 ICT에 접목해 새로운 산업과 시장을 창출하고 기존 산업을 강화해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경제전략으로 설명하고 있다.
창조경제를 실현하는 주체는 민간이며 정부는 민간이 창의력을 바탕으로 신산업을 창출하는 것을 지원하는 역할이라는 내용도 포함시켰다.
박 대통령이 지난 8일 윤창번 미래전략수석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창조경제를 언급한 것도 아직 제대로 정책이 추진되지 못하고 있음을 우려한 대목이다.
박 대통령은 "창조경제를 기치로 내걸었는데 아직도 창조경제가 손에 안 잡힌다는 이야기가 많이 있다"며 "(창조경제가) 확실하게 체감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처럼 창조경제가 2% 부족한 부분도 있지만 기업 투자활성화와 벤처·창업 자금조달, 서비스산업 활성화 등 굵직한 산업 관련 대책은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기업 투자활성화는 지난 5월부터 2단계 대책까지 나왔다. 오는 10월 산업단지, 경제자유구역 등의 규제 완화를 중심으로 3단계 투자활성화도 발표할 예정이다.
올해 세법 개정안에서도 기업의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한 다양한 세제 혜택이 포함됐다. 특히 벤처·창업·중소기업의 세제 지원이 강화됐다.
엔젤투자 소득공제 확대, 벤처기업 인수·합병(M&A) 법인세 감면, 코넥스 상장기업 투자 비과세 등을 내용으로 하는 세제 지원을 통해 벤처 생태계를 강화하고 2조원가량 세수를 확보할 예정이다.
기술혁신형 M&A 지원은 벤처기업 또는 매출액 대비 R&D 투자비중이 5% 이상인 중소기업을 인수할 경우 기술가치 평가액의 10%가량을 법인세에서 공제해준다. 또 특수관계가 없는 정상적인 M&A의 경우에는 매도기업 주주에게 증여세를 부여하지 않기로 했다.
창조경제 산물인 중소기업 전용 주식시장 코넥스(KONEX) 상장기업에 대해서는 코스닥(KOSDAQ) 시장에 상응하는 세제 지원을 실시한다.
중소기업은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와 육성을 통한 성장동력 확충에 나서고 있다. 일부 서비스업은 R&D 비용 세액 공제가 확대 적용된다.
또 중소기업 기술이전 시 소득세·법인세 감면, 중소기업 일감 몰아주기 과세 완화, 창업 및 가업승계에 대한 과세특례제도 개선, 투자지원제도의 차등화 등 중소·중견 기업에 대한 세제 지원이 확충될 예정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상반기 정부에서 내놓은 산업 정책은 대부분 창조경제의 일환으로 보면 된다"며 "창조경제에 대한 개념과 실체가 워낙 광범위하다 보니 국민 홍보 등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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