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13/08/22/20130822000182_0.jpg)
아주경제 김선국 기자=필자는 한중 수교전인 1990년대 초반 중국의 도시와 농촌 여러 지역을 돌아본 경험이 있다. 당시 도시 변두리나 농촌지역 생활여건이나 환경은 우리나라에 비해 엄청 뒤떨어졌다. 열악한 중국 농촌을 보면서 향후 100년 내에 중국이 우리를 따라오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였다. 섣부른 예상은 몇 년도 되지 않아 완전히 빗나갔다.
이제 중국은 국민총생산(GDP) 규모가 8조 달러로 우리나라의 7배, 세계경제의 10분의 1을 차지한다. 외환 보유고 기준으로 세계 3분의 1을 차지하는 최대 채권국가다. 중국은 미국과 함께 세계를 주도하는 ‘G2’국가로 대두된 지 오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3년 뒤인 2016년에 중국 경제가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내다보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즈는 2017년에, 중국과학원은 2019년에 미국을 능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한중 수교 20년 만에 양국간 교역규모는 35배 증가해 지난해 교역 규모는 2,100억 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7월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사상 최대인 123만명인데, 이중 중국인 관광객이 절반에 가까운 59만명이다. 앞으로 교역규모나 방문객 수가 어느 정도 늘어날지 예상하기도 힘들다.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확대되는 한중교역, 인적·물적 교류 증대를 보면서 중국과 남북한 관계, 그리고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생각해본다. ‘중국의 미래 10년’을 저술한 조용성 기자는 중국이 한반도의 현상 유지를 원하는 7가지 이유 중 첫째로 다음사항을 강조한다. 북한 정권이 무너지거나 쿠데타 같은 내부 급변상황이 발생한다면 한반도의 불안정성이 고조되고 예기치 않은 작은 불씨가 전면전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이 경우 중국과 미국의 참전확대로 개혁·개방 30년의 과실이 모두 허공에 사라질 우려를 제기한다. 중국이 우리를 보는 자세, 한중 관계의 종착역을 잘 제시한 것 같다.
최근 한중 FTA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달 6차 협상을 마쳤고 9월 중국에서 7차 협상이 진행될 예정이다. 농산물 생산구조나 식문화도 우리나라와 유사하고 지리적으로 가깝다. 생산비나 생산여건,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우리 농업은 중국에 비해 매우 불리하다. 정부도 고민이 되고 농민도 걱정도 많다. 정부가 협상에 최선을 다하고 농어업 보호를 위한 다양한 대책을 세울 것이나 중국과의 협상은 매우 힘들고 어렵다. 어업협상, 쌀 협상, 한중 마늘 협상 등 그동안의 협상결과가 잘 말해준다. 차분하고 치밀하게 대응하되 장기 전략을 세워야한다. 한두가지 정보나 개인적인 경험, “중국을 잘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자. 재능이나 명성을 드러내지 않고 참고 기다린다는 ‘도광양회(韜光養晦)’ 자세를 견지하고 있는 중국과의 협상은 말처럼 쉽지 않다.
2000년대 초반, 중국산 마늘의 대량 수입을 막고자 우리가 부과한 300%가 넘는 고율관세조치에 반발한 중국의 강도 높은 대응에 우리는 큰 홍역을 치렀다. 한국산 휴대폰과 폴리에틸렌 수입 전면금지라는 초강수 대응에 결과적으로 제반 조치를 철회하였다. ‘한중 마늘파동’의 쓰라린 협상 교훈을 필자는 가슴 아픈 상처로 간직하고 있다. 마늘 한 품목에도 나라가 휘청거렸다. 1,500개가 넘는 농산물 품목을 한중 FTA에서 다루어야 한다. 잠시도 긴장의 끈을 놓지 말고 치밀하게 대비해야 한다.
대 중국 농식품 수출 확대도 시급한 과제다. 지난해 우리는 13억 달러의 농식품을 중국에 수출하였다. “중국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추는 전략을 세운다면 한국의 농식품 수출 가능성이 매우 크다.” 중국 내 70여 매장을 보유한 대형유통업체인 로터스(LOTUS)의 다이 칭(Dai Qing) 부사장이 지난 4월 aT를 방문하고 하는 말이다. 까다로운 식품 검역절차, 통관, 위생기준에 대비하고, 품질규격, 안전성, 수출일자 등을 엄수해야 한다. 또 지역별·계층별 타겟에 대한 분석을 강화하고 품질향상, 디자인, 포장개선도 필요하다. ‘한탕주의식’ 상거래 관행도 고쳐야 한다. 중국시장을 무궁무진한 기회의 땅으로 만드는 것은 우리 노력과 의지에 달려 있다. 중국의 변화된 위상에 대응하여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너무나 많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