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진징이 교수 "한·중관계 아킬레스건은 북한…경제부터 풀어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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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8-31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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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베이징 특파원 조용성 기자= 중국 내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인 진징이(金景一) 베이징대 한반도연구센터 소장은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한·중관계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이라고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인물이다. 중국의 대표적인 북한 전문가로 한국에도 잘 알려져 있는 그는 본지와의 인터뷰 내내 한반도 현실에 대한 우려와 한·중관계의 발전 잠재력을 강조했다. 또한 한반도 정세를 바라보는 중국의 시각도 여실히 드러냈다.

한·중수교 21주년을 맞아 진행된 인터뷰에서 진 교수는 "한·중관계의 최대 약점은 북한을 둘러싼 갈등"이라며 "박근혜 정부가 확고한 철학과 신념을 바탕으로 대북정책을 설계하고 실천한다면 남북관계는 물론 한·중관계에 새로운 문을 열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국의 보수정권 공화당의 닉슨 행정부가 미·중 간 화해의 시대를 열고, 레이건 행정부가 소련과의 냉전을 종식시켰던 것과 마찬가지로 보수정권인 박근혜 정부는 국내외 저항을 덜 받으면서 전향적인 대북정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힘을 줬다. 아래는 진 교수와의 일문일답.

-올해는 한·중수교 21주년이다. 수교 20년을 과거로 두고 새로운 20년을 맞는 첫 해이기도 하다. 한·중관계는 현재 밀월기라는 말이 나올정도로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이처럼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된 배경은 무엇인가.

"한·중수교 이후 양국관계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비약적 발전을 이뤄 왔다. 이명박 정부 5년 역시 한·중관계는 발전을 거듭했지만, 수면 아래 잠복해 있던 구조적 갈등이 표면화되면서 큰 진통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양국 모두 새로운 리더십 교체가 이루어지면서 양국관계를 회복하고 새롭게 발전시켜 나갈 필요성을 절박하게 느꼈다고 본다. 한·중 협력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북핵문제 등에서 중국에 대한 한국의 기대가 높아진 것이 중요한 원인 중 하나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중국인들의 친근감도 큰 몫을 햇다. 중국 입장으로 보면 북한의 3차 핵실험과 이로 인한 북에 대한 거부정서가 한·중관계를 더 밀접히 엮어준 면도 없지 않다."

-과거 한·중관계의 한계를 극명히 드러낸 것은 천안함 폭침사태와 연평도 포격사건이었다. 향후 이 같은 북한의 도발이 또 다시 벌어진다면 북한에 대한 대응을 두고 한·중간의 공조가 이뤄질 수 있을까.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남북한이 겪은 갈등과 충돌은 하루 아침에 형성된 것이 아니다. 중국은 남북간 증폭되는 갈등과 충돌을 해소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하려 했다. 하지만 남북관계가 악화되면서 한·미·일 공조가 강화됐고, 이로 인해 한·중관계가 악영향을 받는 패턴이 이루어졌다. 한·중관계에서의 한·미동맹과 북·중관계라는 구조적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이 구조적 갈등은 앞으로도 계속 극복해 나가야 할 과제다. 앞으로도 한·중관계는 여전히 미국 요소와 북한 요소의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다."

-중국은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 미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오히려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촉구하고 있다. 이 같은 중국과 미국의 입장 차이는 어디서 기인하나.

"한반도 문제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나라가 미국이다. 당연히 미국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북핵문제도 미국이 풀려 하지 않으면 풀기 어렵다. 그렇지만 미국은 북한문제에서 대화보다 제재와 압박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도 여기에 동참하길 바란다. 미국의 대북정책은 미국의 아시아 회귀전략의 일환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의 아시아 회귀전략이 중국을 견제하는 것이라면 양국은 북한문제에서 같은 전략을 구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북한문제는 제재와 압박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북한문제 해결의 핵심 키워드는 경제다. 이젠 대립과 갈등의 지정학적 접근으로부터 협력의 지정학적 접근을 시도해야 할 것이다. 북한의 시장경제 요소를 확장시켜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북핵문제와 관련해서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주장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한반도 비핵화가 아닌 북핵 불용을 원하고 있다. 중국이 주장하는 한반도 비핵화는 미군 철수문제와도 연관돼 있다고 읽혀진다. 중국이 북핵 불용이 아닌 한반도 비핵화를 주장하는 배경은 무엇인가.

"중국은 줄곧 한반도 비핵화를 주장해 왔다. 거기에는 북핵뿐만 아니라 한국의 핵무기 개발과 미국의 핵무기 반입도 반대한다는 의미가 포함돼 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중국이 강조하는 한반도 비핵화는 북핵 불용이 핵심이다."



-한국 주도의 한반도 통일에 대해서 중국이 우호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실제 중국 정부는 한국 주도의 한반도 통일을 용인하고 있는 것인가.

"남북통일의 주체는 남과 북이다. 어떠한 통일을 이루는가는 통일주체가 결정할 일이지 중국이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다. 중국은 시종 남과 북에 의한 평화통일을 지지한다는 입장이다. 중국이 우려하는 것은 통일과정이 전쟁이나 무력충돌로 점철되는 것이다. 근대사 이후 한반도에서의 전쟁이나 내란은 늘 중국에 막대한 영향을 미쳐 왔다. 이는 바로 중국이 한반도의 평화를 강조하는 원인이다. 물론 한반도 통일과 관련해 중국에서도 이젠 과거와 달리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렇지만 중국의 기본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본다."

-김정은 제1서기가 올 가을 방중할 것이라는 설이 나돌고 있다. 중국 내 권위있는 북한전문가로서 김정은 제1서기의 방중 시점을 전망해달라.

"중국은 북한과 전통적 관계를 발전시키면서 정상적인 국가관계를 지향하고 있다. 양국 모두 새로운 리더십 교체가 이뤄진 상황에서 새로운 관계 정립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관계 정립에서 정상회담은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양국 정상들 간의 왕래는 머지않은 시일 안에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한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갈등을 뚫고 한·중관계가 진일보한 발전을 하기 위해서 한국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선진국 반열에 올라서는 한국과 신흥대국인 중국의 관계는 이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관계로 부상하고 있다. 동아시아에서 양국관계만큼 역동적이고 발전적인 관계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만큼 이 지역에 미치는 영향도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이러한 영향에 걸맞은 그릇이 바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라고 생각한다. 한·중 FTA의 체결은 역내 경제 블록화에 기폭제 역할을 하며 새로운 동력을 부여할 것이다. 한·중 FTA는 북한 경제의 회생과 발전에 있어서도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양국이 노력해야 할 가장 중요한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한·중 FTA 체결이 북한 경제 회생에도 도움이 되나.

"한·중관계에서 북한 요소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북한문제에서 양국은 보다 많이 공통된 인식을 도출해나가야 한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도 중요하지만 북한 경제를 위한 협력도 매우 중요하다. 그것은 바로 한국·중국·북한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새로운 경제협력 모델이다. 북핵문제만을 다뤄서는 북한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정치적인 해결은 갈등만 초래할 뿐이다. 경제가 북한 정치를 바꿀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중 경제협력와 FTA 체결, 남북 경제협력, 북·중 경제협력에서 점차 남북한과 중국의 경제협력을 한데 잇는 블록화를 시도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성공단 국제화가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한국·중국·북한 3국의 협력도 고려해볼 수 있다. 예컨대 포스코가 북·중 접경지인 훈춘에 대규모 물류센터를 건립하는 등 한국 기업들이 중국 동북지방 진출을 늘려가고 있다. 이런 것들이 3국간 경제협력을 위한 토대가 될 수 있다. 개발이 지지부진한 북한 나진·선봉지구, 황금평지구 등 북·중 경협에 한국이 함께 참여하는 방안도 좋을 것이다."

-미래 한·중관계의 장애요소 세 가지를 꼽는다면.

"수교 후의 한·중관계를 볼 때 한·중관계의 장애요소는 한국과 중국이 아닌 외부요인에서 찾을 수 있다. 그 가운데 미국 요소와 북한 요소가 한·중관계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컸다고 할 수 있겠다. 앞으로도 이 두 가지에서 오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또 한 가지 한·중간의 장애요소로는 역사문제와 민족주의 요인이 등장할 수 있다고 본다."

-가끔씩 중국 내에 반한감정이 불기도 한다.

"재중 한국인의 수가 100만명을 넘어섰다. 매일 양국을 오가는 인원수가 평균 2만명이 된다. 그럼에도 중국에서 한국인들과의 갈등이나 충돌은 극히 드물다. 중국 매체들도 한국인 관련 보도에서 매우 신중하다. 오히려 한국의 중국 관련 보도에서 신중하지 못한 표현들이 실시간으로 중국에 전해지면서 한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는 면이 없지 않다. 아시아나항공기 사건 당시 한국 앵커가 부적절한 표현의 발언을 했을 때 한국 정부가 적극 대응하여 갈등을 사전에 차단한 것과 같은 노력이 양국에 다 필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중관계의 발전을 위해 한국 정부나 한국인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면.

"현재 한·중관계는 급속한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면서 많은 문제점도 안고 있지만 거대한 발전 기회도 공유하고 있다. 서로를 존중하고 긍정적으로 보면 신뢰가 쌓인다. 이를 통해 양국관계의 발전을 위한 새로운 에너지를 창출해낼 수 있을 것이다. 역사적으로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렇고 한국과 중국은 함께 갈 수밖에 없는 운명의 공동체다."

<진징이 교수는 조선족이며, 1953년 중국 지린(吉林)성 둔화(敦化)시에서 태어났다. 1982년 옌볜(延邊)대 중문과를 졸업했으며, 2001년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는 베이징대 한반도연구센터 주임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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