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현주 기자="또 동구리네. 혹은 아직도 동구리야?. 사실 이런 반응에 오히려 제 스스로가 불편해요. 사실 매년 새로운 작업스타일을 추구해요. 10년전 그림과 지금의 그림은 완전히 달라요. 동구리가 나온다는 것만 빼고는요. 내용적인 것이나 기술적인 면 스타일도 다르죠."
'동구리 작가' 권기수가 매년 그림에 변화를 주어도 동구리 때문에 반응이 같다는 하소연이다.
하지만 미술시장 아이콘이 된 동구리는 보는 순간 세상의 시름을 날려준다. 미소로 화답하는 동구리는 어떤 배경속에 있어도 활짝 웃는 모습으로 마음속 물결을 튕겨준다.
무한 미소로 반복되고 있는 듯한 동구리는 알고보면 외로움의 상징.
"이런 노래가 있잖아요. '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니야~'. 제 이야기들은 대부분 사실 슬픈이야기들이에요. 사람이 그림속에 혼자 등장하는 것도 대부분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들이거든요. 사교적이든 비사교적이든 현대인들은 혼자잖아요."
작가가 '동구리'라고 이름을 붙인때가 2002년. 2003년에 핸드폰 고리와 열쇠고리등 아트상품으로 탄생된 '동구리'는 2006년미술시장 호황기때 '팝아트' 대열에 껴 품절사태를 보이며 인기를 구가했다.
아크릴로 그린 팝아트로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사군자가 녹아있는 한국화다.(홍익대에서 동양화과를 졸업했다.) 배를 타고 등장하는 동구리는 강태공의 이야기고 기다림에 대한 이야기다. 찌든 세상을 떠나서 대나무밭에 들어가 신선이 되었다는 7명의 '죽림칠헌'이야기가 현대적인 감각으로 탄생 세련미가 넘친다.
일약 미술시장 스타로 뜬 작가는 런던 대만 싱가포등 해외로 진출했고 구글(Google)이 제프 쿤스를 비롯한 전세계 아티스트들과, 구찌 등 패션브랜드, 셀린 디온 등 뮤지션을 iGoogle의 홈페이지 아이콘으로 꾸미는 ’아티스트 테마 프로젝트’에도 선정돼 화제가 됐다.
미술시장 불황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작가의 고민도 깊다.
"계속 그림에 대한 소비가 있지만 예전처럼 내 마음껏 그린 그림들이 마음대로 팔리지는 않거든요. 그러니까 아이디어가 나와도 예전처럼 즉각적으로 작업하기 어려워져요. '아, 나는 예술가가 아닌가 보다' 라는 생각도 들어요. 예술가라면 모든것을 포기하고 작업에 몰입할수 있어야 할텐데 말이에요."
나이 40줄에 들어서니 보수적으로 바뀌었다는 작가는 '진정한 삶이란 무엇인가?'가 화두가 됐다.
웃고 있지만 상념이 깊어진 동구리를 만나볼수 있는 전시가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상천리에 위치한 박여숙화랑에서 10월27일까지 열린다. 전시타이틀은 'The Golden Garden'전이다. (064)792-7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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