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에 역사속으로' 정금공-산은 통합, 문제점은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정책금융공사와 산업은행이 4년만에 다시 한 가족으로 뭉치게 되자, 이를 두고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일명 '통합 산은'이 출범하면 시장마찰과 이로 인한 관치금융 확대, 산은의 재무사정 악화, 인력 구조조정 등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이 상당하다는 지적이다.

27일 정책금융공사 노동조합은 성명서를 발표하며 금융당국과 관계부처의 '정책금융 역할 재정립' 방안에 강력하게 반발했다.

노조는 "산은 그 자체가 시장마찰의 원인제공자이므로, 몇 개의 자회사 매각 정도로는 시장마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서 “지금 정부안은 정책금융의 시장마찰의 원인에 대한 진단과 대책이 크게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산은은 그간 민영화를 위해 수신기반을 강화해왔다. 이에 따라 공사와 분리될 당시인 2009년 1조6000억원에 그쳤던 개인 예수금은 지난해 말 14조3000억원으로 급증했고, 점포 역시 45개에서 84개로 불어났다.

또 지난해 말 보유한 대기업 여신만 39조1000억원으로 전체 기업대출의 72.3%를 차지하는 등 수익성 위주의 영업정책을 추진해왔다.

금융당국은 공격적 수신영업, 대기업 우량여신 등 시장과의 경쟁 영역에 대한 업무를 지속적으로 축소하고 산은캐피탈과 산은 자산운용, KDB생명 등 자회사를 매각해 시장마찰 문제를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핵심 자회사인 대우증권을 매각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책금융기능과의 연계성과 시장 안정화가 당국이 제시한 이유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기업 구조조정 등을 금융안전망으로 하지 않고 정책금융으로 다 해결하려고 하면 민간금융기관이 성장할 수 없다"며 "결국 통합 산은이 시장성과 정책금융 기능을 모두 가져간다는 것인데 그게 결국 관치금융 아니냐"고 꼬집었다.

정책금융기관의 틀을 유지한채로 시장성 사업을 하게 되면 민간금융기관의 반발이 불보듯 뻔하다고도 내다봤다.

이어 윤 교수는 "공사가 분리될 당시인 2009년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여서 오히려 지금보다 시장이 더 불안정했다"며 "그래서 정책금융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공사를 분리해놓고선 이제와서 똑같은 논리로 당시 방안을 뒤집었다"고 비판했다.

시장마찰을 우려한 업무영역의 축소가 곧 통합 산은의 인력 구조조정으로 연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이렉트 뱅킹 등 산은이 소매금융 영업을 확대하면서 채용한 인력이 당장 문제다. 정금공에서 수은으로 이관되는 해외업무 관련 인력과 산은과 중복되는 부서의 인력도 조정이 불가피하다.

노조는 무엇보다 통합 시 산은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악화로 인해 정책금융 여력이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한다. BIS비율은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금융당국은 정금공과 산은지주, 산은이 연결대상이므로 비율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입장이다. 당국은 통합 시 BIS감소폭이 약 0.7%포인트 수준일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이는 STX 등 부실기업 지원에 따른 충당금을 배제한 것으로, 이를 반영하면 BIS비율은 10% 수준으로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는 게 노조 측 추산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BIS비율이 하락하면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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