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매케인 의원은 이날 일본의 우경화 흐름에 대한 질문에 역사왜곡에 대한 인식 없이 새로운 시대를 맞아 한·일이 관계개선을 해야 한다는 알맹이 없는 발언만 이어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매케인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힘을 합쳐서 양국간 차이를 극복하는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면서 "일본이 아시아 지역에서 평화와 안보에 기여하는 역할을 강조했듯 한국도 미래지향적 시각에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심지어 "한국과 일본이 위안부 문제 등 역사적으로 불미스러운 관계였지만 21세기 아시아의 현실과 정세는 60년 전과는 다르다"며 한국이 태도를 바꿔야 한다는 입장만을 강조했다.
일본의 헌법 개정 움직임에 대해서도 "일본의 평화헌법이 제정됐을 때와 지금의 현실은 다르다"며 일본 우익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줬다.
매케인은 미국이 한국의 오래된 우방국으로 혹은 세계 중심국으로 각국의 문제 해결에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이날 발언들은 한때 미국 대선후보의 발언으로 보기에는 부족함이 많았다.
적어도 한·일관계에 대한 발언을 놓고볼 때 균형감이 없었고, 우방국인 우리 국민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 뿐이었다.
과거를 덮어두고 미래지향적인 관계 형성을 위해 나아가자. 좋은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피의자와 피해자가 빠진 허무한 구호일 뿐이다.
문득 영화 '밀양'이 떠올랐다. 주인공인 신애는 자신의 아들을 무참히 죽인 살인자를 용서하기 위해 만난다.
하지만 피해자인 신애가 용서하지도 않았는데 가해자는 자신이 스스로 용서를 구했다며 과거를 잊자고 한다. 신애가 느꼈을 역겨움을 아직 생존해 있는 위안부 피해자를 포함한 당시의 우리 국민들은 아직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피의자인 일본도, 당사자가 아닌 미국도 피해자인 우리에게 과거를 덮고 잊자고 해서도, 용서를 해야 한다고도 쉽게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피의자(일본)의 진정성 있는 반성이 있을 때 피해자(대한민국)도 용서를 할 수 있는 것이다. 피의자와 피해자의 관계라는 전제가 빠진 매케인 의원의 맥빠진 발언들이 실망스런 이유다. 그가 민감한 문제에 대해 말을 아끼는 현명함이라도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