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년간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축했던 'MB금융 체계'의 흔적은 거의 사라지고, 이른바 '근혜금융 시대'가 본격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이번 정부에서도 관치금융 논란이 끊임없이 불거지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1일 금융당국과 금융회사들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정책금융 역할 재정립 방안 발표와 함께 박근혜정부가 구상했던 금융산업이 전반적으로 체계를 잡아가고 있다. 박근혜정부가 출범한지 약 6개월만이다. 이제 MB금융의 흔적을 찾기 쉽지 않다.
박근혜정부의 금융산업 체계 개편은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 취임이 시작이었다. 특히 신 위원장은 인적 쇄신에 대한 책임을 짊어지고, 금융회사들의 수장 물갈이에 상당한 시간과 전력을 투자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MB맨으로 통하는 이른바 금융권 '4대 천왕' 시대의 종결이다. 지난 4월 강만수 전 KDB금융지주 회장, 6월 이팔성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 그리고 7월에는 어윤대 전 KB금융그룹 회장이 차례대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김승유 전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박근혜정부 출범 이전인 지난해 3월 퇴임했다.
현재까지 일부 금융공기업 기관장 인사가 지지부진한 상태지만, 인적 개편에 있어선 어느 정도 MB색깔을 쏙 뺀 것으로 평가된다. 금융감독 체계에도 변화를 줬다.
'금융감독체계 선진화 방안'을 통해 금감원의 역할을 건전성 감독과 금융소비자 보호 두 부분으로 나누기로 한 것이다. 내년에는 금감원 내 금융소비자보호처가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격상돼 분리된다.
정책금융 개편도 MB색깔을 지우는 방향으로 이뤄졌다. 이명박 정부 시절 정책금융의 효율화를 위해 산업은행에서 분리됐던 정책금융공사를 4년만에 재통합키로 한 것이다.
금융정책에 있어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주요 공약들이 속속 이행되는 중이다. 박 대통령의 최우선 금융정책 공약이었던 국민행복기금이 정부 출범 한 달여만인 3월 29일 출범했고, 최근에는 또 다른 공약이었던 '목돈 안 드는 전세 대출'까지 출시됐다.
이밖에도 창조금융의 일환으로 서민 및 중소·벤처 기업 지원을 위한 다양한 금융정책과 상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금융 산업 및 정책 전반이 박근혜정부의 색깔로 다시 칠해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어느 때보다 관치금융 논란이 심하게 일고 있다는 사실이다. 금융지주사 회장을 교체하는 과정에서는 물론이고 서민 금융상품이 우후죽순 등장하는 것에 대해서도 관치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권 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박근혜정부의 관치 움직임에 강한 우려와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관치금융 방지를 위해 금융기관의 감독·제재권 발동 요건을 강화하는 '금융기관의 검사 및 제재에 관한 법률(관치금융방지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정책금융 개편과 관련해서도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의 주요 공약 중 하나였던 선박금융공사 설립이 사실상 무산된 점은 현 정부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제 은행을 비롯한 주요 금융사들이 집중적으로 추진하는 사업들은 대부분 정부에서 윤곽을 잡아 줬다"며 "아직은 시작 단계이기 때문에 혼란스런 부분도 있지만 점차 자리를 잡아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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