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3년부터 박근혜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취재해온 한 정치부 기자의 말이다.
박 대통령은 아버지의 딱딱한 하드 리더십과 어머니의 부드러운 소프트 리더십의 영향을 고루 받았다. 하지만 취임 후 6개월 동안 보여준 리더십은 원칙과 신뢰를 강조한 하드 리더십이었다. 이는 정부 출범 초기부터 쏟아진 여러 가지 난제에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국정을 이끌 수 있었던 강력한 힘이기도 했다.
특히 남북 간 갈등과 긴장 속에서도 "도발에는 어떠한 보상도 없다"는 일관된 자세와 원칙 고수가 개성공단 재가동 합의, 이산가족 상봉 합의라는 의미 있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평가다.
북핵 공조와 관련해 미국과 중국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어내고, 일본에는 확실하게 과거사에 대한 반성을 요구하는 등 외치에도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
여성 지도자의 남성성은 아버지의 영향에서 비롯된다는 심리학자들의 지적처럼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는 18년간 집권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정책노선과 인적 네트워크가 바탕에 깔려 있다.
그렇다면 헌정 사상 첫 여성 대통령으로서의 박 대통령의 여성 리더십은 어떠할까.
박 대통령은 허스키한 목소리, 바지 정장 차림, 단문단답형 어법 등에서 나타나듯 남성적인 강인함과 올림머리, 다소곳한 자세와 수줍은 미소 등 여성적인 부드러움이 공존한다. 만기친람(萬機親覽·임금이 모든 정사를 직접 보살핌)형으로 불리는 섬세한 '깨알 리더십'도 눈길을 끈다.
그러나 정계 입문 이후 지금까지 보여준 박 대통령의 성향은 중성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일반 남성 지도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실제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박 대통령을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와 함께 전통적(traditional) 성향의 여성 지도자로 분류했다.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여성 리더들로 여성성이나 여성주의 이슈와는 무관하게 지도자의 자리를 획득하고 정책을 집행해 나간다는 것이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부드러움과 통합, 조정 능력, 섬세함, 도덕성, 감성 등이 강점인 여성 리더십이 각광을 받고 있다. 여성성을 무기로 국정을 성공적으로 이끈 여성 정치지도자들이 세계적인 흐름을 만들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미첼 바첼렛 칠레 전 대통령, 타르야 할로넨 핀란드 전 대통령, 메리 로빈슨 아일랜드 전 대통령 등 성공한 여성 정치지도자들을 보면 통합과 경제능력, 도덕성 분야에서 남성보다 우월성을 보였다. 또 이념적·정책적으로도 좌우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탕평 능력을 발휘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 소장은 박 대통령이 성공한 여성 대통령이 되기 위해선 여성성과 남성성을 6대 4 비율로 발휘하기를 권했다.
여론정치·대야관계·민생경제·인사문제는 부드러운 여성성으로, 남북문제·위기관리 등은 강한 남성성으로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최 소장은 또 "여성 정치지도자들이 정치적인 스킨십, 친화력, 포용력, 조직 장악력 등이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 있기 때문에 자칫 '나홀로 정치'에 빠질 위험이 있다"면서 "박 대통령처럼 내향적인 지도자는 친화력과 포용력을 발휘해야 불통 시비를 불식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박 대통령이 여성적 리더십을 잘 발휘하면서 탕평인사, 민생경제, 감성정치(소통)가 보완돼야 임기 1년차부터 찾아오는 레임덕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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