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들은 하루 아침에 작게는 몇백만원에서 크게는 억대에 이르기까지 치솟는 전셋값에 벌벌 떨고 있다. 급기야 '미친 전셋값'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더니 이제는 어느 언론매체에서든 쉽게 볼 수 있는 용어가 돼버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박근혜 대통령이 나섰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당정에 전월세난을 해결해달라고 주문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정부는 그로부터 9일이 지난 뒤 8·28 전월세 안정화 대책을 발표했다.
9일 동안 밤낮을 새운들 이미 걷잡을 수 없이 심각해진 전월세대란을 잠재울 뾰족한 답이 나오긴 어려웠겠지만, 그래도 1990년대 유럽의 선진 대책을 벤치마킹해 1%대 저리로 집값의 70%까지 대출해주고 손익을 국민주택기금과 공유하는 모기지 대책 등은 눈길을 끌었다.
대책 발표 후 첫 주말 동안 서울 공인중개업소들은 평소보다 조금은 바쁜 시간을 보냈다. 대기 수요자들이 대책을 통해 얻는 혜택과 매수시기 등을 묻는 전화가 간간이 걸려온 것이다.
하지만 한 공인중개사는 기자에게 "아무리 좋은 정책도 국회에서 통과가 안 되면 말짱 도루묵 아니냐"고 반문하며 "그동안 하도 속아서 별로 기대도 안 한다"고 토로했다.
앞서 박 대통령이 야심차게 내놓았던 4·1 부동산정책의 주요 법안들도 여전히 국회에 계류돼 있다. 대책이 실행돼야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있을텐데, 어차피 이번에도 국회 문턱조차 넘지 못할테니 아예 큰 기대를 안 한다는 것이다.
'억' 소리 나는 집값으로 보통사람들은 평생 돈을 모아도 집 한 채 사기 힘든 시대. 이제는 높은 전셋값 때문에 내집은커녕 전셋집 구하기도 버거워진 이때, "인생 뭐 있습니까, 월세 아니면 전세지"라는 한 TV 프로그램 앵커의 말이 자꾸 귀에 맴도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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