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의 실종…증시에서 개인투자자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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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9-03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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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인 불가 공매도 제도 탓" 의견도


아주경제 유희석 기자= #40대 중반의 회사원인 A씨는 약 1년전부터 주식 거래를 하지 않고 있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짬짬이 모은 비상금으로 코스피 종목에 투자해 돈을 번 적도 있었지만 증시 침체로 손해를 보는 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또 무섭게 오르는 전셋값에 커가는 아이들 교육비까지... 돈 들어갈 곳이 많아지면서 A씨에게 주식 투자는 언감생심 꿈도 못 꾸는 일이 됐다.

주식 시장에서 보통 '개미'라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이 사라지고 있다. 증시 침체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경기까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개인들이 주식에 투자할 여력을 상실한 탓이다.

개인투자자의 감소는 증권사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증권사의 주요 수입원 가운데 하나가 개인들이 내는 주식 거래 수수료였기 때문이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시장에서 개인투자자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2011년 3조8000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2조4000억원대로 36% 이상 줄었다. 올해는 지난 8월 말까지 약 1조8900억원으로 작년에 비해 5000억원이 더 줄었다.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의 거래대금도 감소했지만 개인투자자보다는 양호하다.

외국인투자자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2008년 1조2512억원, 2009년 1조499억원, 2010년 1조1766억원으로 큰 변화가 없었으며 작년(1조1427억원)과 올해(1조1144억원)도 과거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기관투자자의 하루 거래대금은 지난 2011년 평균 1조6989억원에서 지난해 1조1932억원으로 줄었으며 올해도 9574억원에 머물고 있지만 개인투자자의 거래대금 감소폭보다는 훨씬 적다.

개인투자자가 주식 투자를 줄이면서 돈줄이 끊긴 증권사 수익은 바닥을 향해 수직 낙하하고 있다. 올 회계연도 1분기(4~6월) 국내 62개 증권사의 당기순이익은 작년 4분기보다 73%나 줄어든 1192억원에 그쳤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주식 시황이 좋을 때는 하루 거래대금이 12조원을 넘었고 수수료율도 지금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편이었다"며 "언젠가는 주식 시장이 다시 좋아질 것이라는 믿음으로 버티고 있지만 그때까지 이 바닥에서 버틸 수 있을 지 모르겠다"고 자조 섞인 한탄을 했다.

공매도 제도가 개인투자자의 증시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공매도란 주식을 빌려 현재 시세에 판 다음 낮은 가격으로 다시 사서 시세차익을 보는 거래를 말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만 가능하다. 이 때문에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이 공매도로 돈을 벌기 위해 일부러 주가를 낮춰 개인 투자자들이 피해를 본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 지난 4월에는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공매도 세력 때문에 회사를 매각한다고 발표했었다.

한 개인투자자는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에게만 공매도를 허용하면서 일부 큰 손들이 시장을 흔드는데 이용되고 있으며 이는 고스란히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며 "공정한 게임을 위해서는 모든 참여자에게 똑같은 규칙이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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